安, 과거 민주당 탈당시 자신 지지한 시의원 제적 요구해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비례의원이기에 당분간 당적은 바른-국민 통합당에 두고, 정당 활동은 민주평화당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자 하는 의정활동은 전과 다름이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8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역시 같은 당 소속인 장정숙 의원은 이날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민평당 1호 법안 및 중점추진안을 발표했다.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 민평당 창당을 준비해온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이 본격적으로 당의 '눈 밖에 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당적을 옮기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비례대표'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로 선출된 이들은 공직선거법에 의해 자신들의 의사만으론 당적을 옮길 수 없다. 공직선거법은 비례의원에 대해 '국회·지방의회 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개 이상의 당적을 가지게 될 때는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비례대표를 출당시키지 않는 이상 이들은 당적을 옮길 때 자연스럽게 의원직을 잃게 된다. 문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들의 출당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개개인의 의원이 아닌 정당을 보고 뽑아준 만큼, '비례대표는 정당의 소유'라는 논리로 출당에 반대하고 있다.
안 대표의 측근과 통합 파트너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은 비례대표 출당 조치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만류한다.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이자 비서실장이었던 송기석 전 의원 마저 "비례대표 의원들도 가만히 있다가 의원이 된 것이 아니다. 당원과 국민이 납득할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나라면) 출당 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유 대표 역시도 비례대표들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은 이미 같은 문제로 마음고생을 한 바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바른정당이 빠져나오면서다. 비례대표인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당적은 한국당에 두면서도 바른정당의 자문위원을 맡고 공식 행사에 사회를 보는 등 현재의 국민의당 3인 비례대표와 같은 처지였다.
문제는 안 대표의 입장이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점이다. 안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지 의사를 밝힌 전현숙 경남도 의원과 전진영 부산시 의원 등에 제명조치를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이상돈 의원은 이와 관련 의원들의 메신저 단체방에 "지금 우리 당 창원시 진해구 위원장인 전현숙 경남도의원은 원래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도의원이었는데, 2016년 총선 때 우리 측 선거운동을 도와서 (민주당)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였다. 그 때 안철수 대표가 '전현숙 도의원이 민주당에서 제명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저 한테 부탁해서 제가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에게 제명을 부탁했고,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김경수 의원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김경수 의원은 '상황이 그러니 전현숙 도의원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면서 흔쾌히 제명을 해 주었다"며 "요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고 꼬집었다.
안 대표를 지지해 국민의당의 창당 때부터 줄곧 당직을 맡아오던 한 인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며 "누가 보더라도 반대파인 민평당으로 한 석도 내줄 수 없다는 걸 뻔히 아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안 대표는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엔 '출당 불가'에서 통합신당인 바른미래당의 새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결정을 미루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7일 조배숙 민평당 대표의 비례대표 출당 요구에 대해 "새로운 공동대표 체제로 시작해도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당내에서 그런 당원권 정지에 관한 부분이라던지 당내 역할 부분은 차기 지도부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강조할 때 늘상하는 말이 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말이다. 안 대표도 의원직을 유지할 당시, 그리고 탈당할 당시 이런 말을 자주 썼다.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아무런 정치적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아 정치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의 소속을 강제하는 것을 반대했던 지난 2016년의 안 대표는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걸까.'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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