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청년 일자리 점검 회의, "특단 대책 마련하라"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상황판에 '빨간 불'이 켜졌다. 벌써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8개월째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세웠지만, 답보 상태다. '일자리 대통령'을 내건 문 대통령으로선 고심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뒤 시연했다.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상황을 챙기겠다는 의지였다. '일자리 창출'은 대선 당시 1호 공약이며, 취임 후 '업무 지시 1호'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일자리 상황판을 공개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지난 10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일자리'를 14차례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임기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3%)의 3분의 1에 불과한 공공부문 고용 비중(7.6%)을 OECD 절반 수준까지 높여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일자리 상황판의 세부 수치가 밝지 않다. 상황판은 '대한민국 일자리 현황(2017년 12월 기준, 전년 동월비)'으로 ▲고용률(66.5%, △0.2%p)▲실업률(3.3% △0.1%p) ▲취업자수(2642만명 △25만3000명)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비중(9.2%p △0.8%p ▲근로시간(2016년 기준, 32.9% △0.1%p) 등 6개 지표로 표시된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비중 모두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 중 '청년 실업률'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9.2%를 기록했다.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연간 고용동향'의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심각한 9.9%다.
취업자수는 증가했지만 이 역시 우려할 수준이란 평가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25만3000명 늘었다.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분다는 얘기다. 통상 취업 시장 호조의 기준선은 '30만 명'으로 본다. 일자리 상황판에 처음 새겨진 취업자수 증가폭은 42만4000명이었다.
일각에서 '일자리 정책'의 궤도 수정을 얘기하는 이유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세와 노동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일자리 상황 여건 개선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 부문 주도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연스레 '민간'으로 시선은 쏠린다. 규제 개혁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해 서비스산업 등 민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일 <한국경제TV>와 인터뷰에서 "법과 규제에 발목이 잡혀 '스피드'를 내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 주소"라며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지된 몇 개를 제외하고,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새로운 투자도, 혁신 성장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25일 '끝장토론'에 나섰다. 첫 청년고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의 '고심'은 장문의 모두발언에서 묻어났다.
"오늘 회의는 제가 요청해서 열리게 됐다.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좀 이르긴 하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의 중대성과시급성을 감안하면 지금 이 시점에 청년 일자리 대책이 잘 되어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매우 시급한 상황임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관련 각 실무진들에게 '특단의 대책 강구'를 주문했다. "우리나라도 고용 절벽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5세부터 29세까지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향후 3~4년간은 긴급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고 동시에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각 부처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 과감하게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가로 막고 있는 거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질책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원장은 "지난 10년간 20여 회의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하고 추진했으나, 정책대상 및 목표 중첩, 비효율적 예산배분, 사업간 연계부족 등으로 인해 청년일자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책방향으로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산업과 정책에 대한 역량 집중, 단계별·유형별 맞춤형대책 마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소사이어티 손한민 대표는 "일자리정책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잘 담기지 않고, 저출산·4차산업혁명·주거정책 등은 모두 청년이 주체이니 청년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바랐다.
'청년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을 위한 관련 예산의 조기 집행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 유도 ▲청년의 해외진출 적극 지원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경제의 문제 그 이상이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우리에게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요술 방망이는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청년들이 공감하고,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더 강화된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에서 나왔던 제안들은 2월에 마련될 각 부처의 계획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못 박았다.
한편 청와대는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회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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