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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스텔라호 실종 9개월…"대통령님, 우리 가족 좀 찾아 주세요" (영상)

  • 정치 | 2018-01-03 05:00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가족대책위) 및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와대=이원석 기자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가족대책위) 및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와대=이원석 기자

[더팩트ㅣ청와대=이원석 기자]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가족을 찾아 주십시오."

매섭게 바람이 불던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및 시민대책위원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8년 새해 첫 민원으로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10만인 국민서명을 전달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였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호 민원이기도 하다.

◆"여태껏 피눈물 흘리는 가족들을 文대통령님 가슴 안에 포용해달라"

이날(2일) 실종자 가족들의 단체인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의 허영주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에 보내는 서한문을 낭독했다.

허 대표는 "그간 저희는 희망고문 속에서 매일을 힘겹게 이어왔습니다. 칠순의 부모님들은 실종선원에 대한 재수색을 촉구하기 위해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던 한여름을 지나 회오리 눈바람이 몰아치는 오늘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8시간 이상 눈물로 서명을 받았고 이에 10만이 넘는 국민들이 호응해줬다"라며 "그러나 국민들의 염원과는 반대로 정부에서는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가족대책위) 및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이원석 기자
2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가족대책위) 및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이원석 기자

그러면서 허 대표는 두가지 사항을 조속히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해군 초계기가 발견한 구명벌의 실체 확인 ▲블랙박스 회수다. 허 대표는 블랙박스 회수와 관련 선사 측이 스텔라데이지호가 황천항해(폭풍과 태풍 등의 악천후 속에서의 항해)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스텔라데이지호는 남대서양에서 낮 1시 반에 정말 기상상태가 좋은 날씨에 배가 두동강이 나 침몰했다"며 "이게 어떻게 황천황해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허 대표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더 큰 희생과 비용을 감내하는 결정은 얼핏 무모해 보일지 모른다"며 "그러나 이 비합리적일지 모를 결정 덕분에 국민들은 국가를 믿고 의지하며 충성하게 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란 이런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께서 만드시는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 가치있는 존재로 존중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번에 선례를 세워달라. 그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모범을 보여달라"며 "대통령님 취임 1호 민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 1일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당선되면 스텔라데이지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는 가족의 애원에 대통령님께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셨고, 저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말씀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체제 하의 소극적이고 무능한 대처 때문에 여태껏 피눈물 흘리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도 대통령님의 가슴 안에 포용해달라"며 낭독을 마쳤다.

◆사고 후 9개월…"정부, 실질적 조치 아무 것도 안 취해"

실종자 가족들이 추운 날씨에도 이처럼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그동안 이번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주)폴라리스 쉬핑 소유의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해 3월 31일 세월호가 인양되던 날, 남대서양에서는 침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1993년 일본에서 건조한 유조선을 중국에서 화물선으로 개조한 25년 된 노후선박이다.

사고 당시 배에는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해 필리핀 선원 16명 등 24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곧 구명벌(liferaft) 한 척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으나 나머지 선원들은 약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청운동 주민센터 앞 걸려있는 스텔라데이지호 현수막. /이원석 기자
청운동 주민센터 앞 걸려있는 스텔라데이지호 현수막. /이원석 기자

하지만 가족들은 실종 선원들이 아직까지 분명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에는 구명벌이 총 다섯척 실렸다. 필리핀 선원들이 타고 있던 한 척과 두 척은 발견됐고, 아직까지 나머지 두 척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명벌에는 비상식량, 낚시도구, 응급의료장비 등 생존장비가 탑재돼 있고, 현지에는 종종 비가 내려 식수도 확보가 가능하다.

구조된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원들은 대부분 브리지에 모여 있었고,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침몰시 자동으로 펴지는 구명벌에 선원들이 올라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족들을 가슴 아프게 한 것은 사고 이후 정부의 대응이었다. 지난해 4월 9일 우루과이 MRCC(해안구조센터)의 공문에 따르면 미국 P-8 초계기가 구명벌(yellow-orange raft)을 발견했다. 다음날 외교부는 그 사진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사 측은 발견된 것이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라는 보도자료를 냈고, 언론들은 그대로 보도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사 측의 '언론플레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대응은 '흐지부지'로 흘러갔다. 초계기가 찍은 사진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수색작업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이후 광화문 광장 등에서 국민 10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날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이원석 기자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이후 광화문 광장 등에서 국민 10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날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이원석 기자

이후 스텔라데이지호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1호 민원으로 접수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새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정부는 사고 발생 9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우루과이 해군은 이 사건과 관련 '선박이 두 동강 나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정부는 알지 못했다. 심지어 국회에서 2018년 예산에서 심해수색장비 투입 예산으로 50억 원을 편성하려 했으나 선례가 없단 이유로 결국, 전액 삭감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문재인 정부 하의 관료들은 세월호 참사 때와 똑같이 박근혜 정권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인물들이었고, 역시 예산이나 선례를 핑계로 희망고문만 이어갔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아무 것도 취하지 않았다"고 질타한다.

사고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시민 대책위는 총 10만1492명의 서명을 받았다. 대책위는 이날 이 서명을 청와대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전달했다. '문 대통령께 드리는 서한문'도 청와대에 함께 접수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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