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밤 10시부터 11시까지 6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한밤, 문재인 대통령은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수화기 너머 양 정상의 대화는 무려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취임 이후 7번째 통화였고, 가장 긴 시간이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 당일인 29일에 이은 재통화이기도 했다. 안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지난 9월 이후 75일 간 침묵하던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하자, 양 정상은 이례적으로 당일 통화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8시50분까지 '20분' 동안 이뤄졌다. 미사일 발사 직후 5시간 13분 만으로, 가장 단시간에 성사된 통화다. 양 정상은 필요한 협의를 다시 갖자고 했고, 그 사이 안보당국은 북한 미사일 기술적 확인과 추가정보 등을 파악했다.
즉, 재통화는 전날 통화의 뒷받침 성격인 셈이다.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각자 평가한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두 번째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도 봐도 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의 도발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전화 외교'를 해왔다. 타국 정상 간 통화 횟수는 곧 '대외(對外) 관계 지표'처럼 비쳐졌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프랑스·영국 등 제3국 정상들과도 통화를 하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북한에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정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횟수는 '긴밀한 공조'의 척도로 여겨진다.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자주 통화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약 6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총 일곱 차례 전화통화를 가졌다. 첫 번째 통화를 제외하고 모두 북한의 도발 직후, 그리고 '밤' 시간 때 이뤄졌다. 이는 북한이 주로 새벽 기습 도발을 감행하고, 한국과 미국의 13~14시간 시차 등에 기인한다.
일지별로 보면, ▲5월 10일(오후10:30~11:00) 문 대통령의 취임 축하 통화를 시작으로 ▲8월 7일(오전 7:58~8:54)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7월 29일 발사) 대응 통화 ▲9월 1일(오후 11:10~11:50)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8월 29일 발사) 대응 통화 ▲9월 4일(오후 10:45~11:25)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직후 현안 대응 통화 ▲9월 17일(오전 11:00~11:25)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대응 통화▲11월 29일(오전 8:30~8:50) 북한의 ICBM급 발사 대응 통화 ▲11월30일(오후 10:00~11:00) 북한의 ICBM급 발사 후속 대응 통화 등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전화 외교'는 '빈손'에 그치지 않았다. 양 정상은 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한국이 원하는만큼 개정할 수 있다'는 합의(9월 1일)를 도출했고,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아예 해제하기로 합의(9월 4일)한 데 이어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과 관련한 긴밀한 협력(9월 15일)을 약속했다.
그러나, 총 '1시간 20분'에 걸친 이번 통화(11월 29~30일)에선 '추가 합의'와 구체적인 논의가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평가와 분석은 군 당국이 면밀히 진행하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정상간의 대화는 방향을 잡는 것일 뿐 세부적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각에선 장시간 통화였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대북 제재 강화방안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쟁점은 북한의 핵탄두를 운반할 ICBM(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미·일 정상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사거리를 가지는' ICBM'이라는 데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는 'ICBM급'이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핵 무력 완성(ICBM 발사 성공)'을 선언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선제타격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군사적 해결 단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레드라인'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다. 북한과 접경하고, 유대가 깊은 '중국의 역할론'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어떤 해법을 이끌어내느냐가 한반도 정세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음 달 예정된 중국 방문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중국이 대북 압박에 있어 더 많은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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