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포항 강진으로 인해 지난 15일 예정된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포항 지진에 대해 "천심, 하늘의 경고" 같은 '엉뚱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류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포항 지진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엄중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결코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결코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진을 비롯해 태풍·홍수·호우·폭풍·해일·폭설·가뭄 등은 자연재해(自然災害)다. 인간의 힘으로 정확한 예측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류 최고위원의 주장처럼 하늘인지, 아니면 땅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구를 보호하라"는 '엄중한 경고'일 수는 있다.
문제는 류 최고위원 발언에 '문재인 정부'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가 제1 야당의 최고위원 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천심(天心)'과 '엄중한 경고'를 합치면 하늘의 경고, 즉 '천벌(天罰)'로 들릴 수밖에 없었던 게 당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포항 지진은 천심이자, 엄중한 경고였을까. 필자는 오히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가장 행복한 일은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지만, 만약 수능 시험 시간에 발생했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이미 시험지는 배포됐기 때문에 출제위원을 새로 선정해야 하고, 어쩌면 현재 합숙 중인 출제위원과 인쇄요원들도 세상과 차단된 채 지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일정도 완전히 꼬인다. 더불어 수험생과 부모들은 돈에 눈이 먼 학원의 특강 비용을 내기 위해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돈을 환산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강원 춘천)은 미수습자 9명이 남아있던 2015년 4월 "세월호를 인양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반대한 바 있어 '수능 시험 당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추계해봤다.
우선 교육부가 포한 강진으로 긴급 편성된 재해특별교부금은 115억 원이다. 정부는 피해복구 및 수능의 원활한 시행 지원을 위해 경북도교육청에 30억 원을, 나머지 시도교육청에 85억 원을 교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돈은 학교시설 복구 비용으로 편성됐다.
출제위원과 인쇄요원 수당과 수험표 추가 인쇄비 등 순수한 추가 비용은 10∼20억 원에 불과하다. 대입 일정 지연에 따른 대학의 경비까지 감안해도 30억 원 안팎이라는 교육부 설명이다.
반면, 국토연구원의 2015년 5월 '안전의 사회적 가치와 비용부담 방향'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안전 가치는 5억40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인구 60만을 곱하면 '324조 원'이다.
다만 안전의 사회적 가치는 개인·국가마다 다르다. 이를 감안해 국가별로 비교할 수 있는 '교통사고 사망자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을 따져보자. 안홍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1인당 사회경제적 손실액은 인적 피해 비용이 4억2000만 원, 물적 피해 비용이 200만 원 등이다. 미국은 100억6000만 원이었고, 영국은 28억4000만 원이었다.
미국과 영국이 우리나라 대비 각가 19배, 5배 높은 까닭은 '심리적 비용' 때문이다. 한국의 심리적 비용은 1억2000만 원이지만, 미국은 85억여 원, 영국은 18억여 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비용만 따져도 72조 원(60만 명 곱하기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30억 원으로 최소 72조 원을 아낀 것이라면 '하늘의 엄중한 경고'가 아니라 '불행 중 다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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