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할복""저능아""꼬붕""장 지진다"….
최근 여야 정치인들의 갖은 '막말'성 '극단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말을 내뱉은 이들의 공통점은 대개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공인으로서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자신의 결백 또는 진정성을 강조하거나 언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 최경환 "1억 특활비 받았다면 동대구역서 할복"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약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최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원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16일 전해진 가운데 최 의원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이 전해진 후 몇 시간도 안돼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냈다는 자수서를 냈다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3일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전 원장은 자수서에서 최 의원에게 돈을 준 시점은 ‘2014년 10월쯤’이라고 기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의당은 17일 서면브리핑에서 "검찰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할복을 방지하기 위해 최 의원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할복자살은 자기결백이라 읽고 국민겁박이라 쓰는 꼴이고 방귀 뀐 X이 성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바른정당과 연대·통합론' 安 겨냥 "정치적 저능아"
같은 소속 당 대표를 겨냥, "저능아"라는 노골적 맹비난도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가 16일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에 속도를 내는 안철수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명분상으로도, 정치적 실리 면에서도 저능아들이 하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박 전 대표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안 대표를 예방해 당내에서 연대·통합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된 것과 관련해 "연기가 많이 나서 콜록콜록 기침만 하고 있는데, 안 대표는 왔다 갔다 하니까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 대표가 한국당 내 중도세력과도 힘을 합해 '차기대권'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구상에 대해 "안 대표가 그림은 잘 못 그리는데 미술 성적이 그렇게 안 좋으신 분"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었다. 그는 또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새누리당, 한국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세력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김태흠 "내가 홍준표 '꼬붕'이냐" 비아냥
직책상 자기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잘못을 의미하는 일본어인 '꼬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이 경북 포항 지진 피해 현장에서 조우하면서다. 홍 대표는 피해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던 중 현장을 찾은 김 최고위원을 만나 "김태흠이가 반성을 많이했네"라고 웃으며 지나쳤다.
홍 대표가 지나가자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홍 대표가 나한테 '반성 많이 했다'고 하던데, 반성은 홍 대표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오후 일정을 홍 대표와 동행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홍준표 꼬붕이냐. 내가 꼬붕은 아니지 않느냐"며 발끈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결정이나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 추진 등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김 최고위원이 대립각을 세운 격이다. 다만 흔히 아랫사람을 낮춰 부르는 비속어로 쓰이는 표현인 만큼 언어순화를 위해 국회의원이 쓸 표현은 아니라는 점에서 적절치 못한 언어선택이었다는 평가다.
◆ "손에 장 지진다" "국민들은 '레밍'"
이 밖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국회 표결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야당이 (탄핵 펴결) 실천을 하면 내가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넣겠다"고 발언한 이정현 전 한국당 대표와 국민들을 우두머리를 따라 맹목적으로 떼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는 '레밍'(쥐과 동물)로 표현한 김학철 충북도의원 등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막말 발언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본인의 억울함 또는 결백함을 주장하기 위한 레토릭의 일부라고 분석하고 있다. 강한 어투로 해명하지 않는 이상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니 흡인력이 있는 대중적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한 어투로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또 언론에서 센 발언을 보도해주니까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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