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가 당대표로 다시금 당의 전면에 서게됐다.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후보가 백의종군하지 않고 또다시 당 대표로 나서면서 이들의 리더십에 이목이 쏠린다.
◆'1호 당원' 朴출당…洪,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홍 대표는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당 대표에 선출됐다. 대선 패배 후 방미 길에서 돌아온 홍 대표는 '보수재건'을 앞세워 낙선 56일만에 당 대표를 꿰찼다. 원외 대표로서 당시 당내 세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서히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해 나갔다.
당대표 선출 당시부터 그는 굉장한 '이슈 메이커'가 되길 자처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무능한 좌파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청와대 회담을 거부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역제안하는 등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만들어 나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정리작업에도 들어갔다. 서 의원의 '성완종 리스트' 관련 녹취록 공격까지 받았지만 "해보려면 해보라"며 기어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감행했다. 아울러 이것이 계기가 돼 지난 10일에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복당까지 받아내면서 원내 1당 자리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당대표 선출 당시에 없던 당내 기반도 생겼다. 홍 대표가 경남지사를 할 때 부지사를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윤한홍 의원과 비서실장을 지낸 염동열 의원 등이 친홍계 인사로 불리운다. 홍 대표의 이러한 큰 그림은 평소 그가 읽는 책에서 나온다. 홍 대표는 삼국지를 수십번 즐겨 읽을 정도로 역사서를 좋아한다고 한다.
대선 당시부터 홍 대표를 지근에서 도와 온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1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많이 한다. 코리아 패싱, 전술핵 재배치나 일본의 사카모토 료마를 언급한 것도 평소 공부한 것에 대한 산물"이라며 "그래서 현안을 따라가기 보다는 먼저 언론을 리드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홍 대표는 결단력이 있고 딱 본인의 목표가 서면 추진하고 리드해 나가는 힘이 있다"며 "친박 계파청산도 어제부로 끝나지 않았느냐. 그 어려운 걸 해냈다"고 전했다.
◆리더십 치명타에 '폭탄주'까지 마시는 安
세 명의 대표 가운데 당 대표 선출까지 험난한 길을 걸었던 안 대표는 여전히 당 안팎으로 사정이 어렵다. 대선 패배로 인해 당내 주류인 호남계 의원들의 신임을 잃은 가운데 당 대표 경선 만류에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에 대한 당내 민심은 현재 흉흉해진 상태다.
국정감사 기간 안 대표가 꺼냈던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문제가 도화선이 돼 안 대표의 리더십에도 치명타가 갔다. 당 대표 당선 당시와 현재의 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5% 내외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를 감안한 듯 안 대표는 우선적으로 당내 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평소 입에 대지 않던 술을 폭탄주로 마시고, 당내 의원들과의 오찬과 만찬회동을 연이어 여는 등 광폭적인 소통 행보에 나선 것.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이날 <더팩트>에 "안 대표가 정치경험이 5년밖에 안됐지만 학습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일단은 (당내 구성원들의 조언대로)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하신다"고 전했다. 실제 전문가 그룹과의 현안분석과 조언수렴에서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게 당 안팎의 전언이다.
다만 안 대표는 빠른 전략적 판단에 있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 부결이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준에서 중요한 키를 쥐었지만 이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다른 야당보다 먼저 치고 나가서 이슈 몰이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당을 진두지휘한다는 이미지보다 우유부단한 이미지가 굳혀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때문에 안 대표로서는 당 대표로서의 권위를 되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송 의원은 "(당내를) 확 휘어잡는, 전통적 의미에 있어서의 카리스마가 잘 형성이 안되어 있다. 이게 어떤 의미에서의 리더십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면서도 "(국민의당이 표방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리더십은 과거의 리더십과는 다른, 상향식 리더십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안 대표는 그걸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죽음의 계곡'에 선 劉…"한국당과 무엇이 다른지 보여주겠다"
세명의 대표 가운데 가장 늦게 등판한 유 대표는 요즘 입이 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당 소속 의원 9명이 집단 탈당을 감행하는 등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추가 탈당설도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국회 운영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교섭단체요건인 소속 의원 20명이 필요한데 바른정당은 11석 정당으로 쪼그라 들었다.
대선 직후부터 입각설 등 여러가지 역할론이 제기됐지만 유 대표는 묵묵히 의정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당의 한 기둥이 뽑혀 나가면서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였다. 유 대표는 이날 당선 후 첫 일성으로 "한국당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현장에서 국민들로부터 수도 없이 받았다. 지금부터 개혁보수가 어떻게 다른지 입법,예산,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저희들의 말과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며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유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그의 리더십을 '보스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겉으론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것이 '쇠고집'으로 보여지지만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본인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끌고간다는 얘기다. 그를 정계로 이끌었던 이회창 전 총리를 2002년 대선패배 후 줄곧 뒷바라지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 당시 유 의원을 선임으로 모셨던 계기로 정계에 입문한 이혜훈 의원은 통화에서 "탈당한 분들은 유 대표에 대해 '포용을 잘 안한다' 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흠집내기용"이라면서 "실제로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은 포용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은 같은 길,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며 "포용적 리더십도 때와 대상이 있는 것이다. (다른 가치를 가진) 부패한 보수들을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인 듯"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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