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혁신보수, 개혁보수, 중도개혁...정권교체 후 본격적으로 야권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에 눈길이 쏠린다. 각종 수식어를 붙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결국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진영에게 있어 혁신과 개혁은 다소 이질적이다. 보수(保守)가 '보전하여 지킨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혁신과 개혁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것이 계기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양갈래로 쪼개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다시 살아날 길은 변화와 개혁뿐이라는 것이 양당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 국가안보 등을 우선시하는 기존 보수의 틀 안에서 각각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 체제로 바뀐 한국당은 줄곧 '혁신'을 외쳐왔다. 홍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혁신위원회의 구성에 들어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필두로 꾸려진 혁신위는 당 체질개선을 위한 혁신선언문을 공개했고,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홍 대표의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12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혁신보수의) 핵심은 '자기희생'"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보수는 자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서 이익집단으로 밖에 뭉칠 수 없었다"면서 "혁신이라는 것은 한국당이 보수야당으로서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즉,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의 '희생'이 한국당이 내거는 혁신의 최우선 가치인 셈이다.
바른정당은 '개혁'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있다. 기존의 보수가 산업화와 민주화 후 새로운 사회변화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바른정당은 무너져 가는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며 '따뜻한 보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정하 바른정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시장경제나 평화통일을 지향하면서 기존 보수가 미흡했던 부분들, 공동체 파괴나 양극화 심화로 가선 안된다는 것이 따뜻한 보수, 개혁보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한국당과 바른정당과는 결이 다르다. 최근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꺼내면서 언론에선 중도보수로 분류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중도개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같은 선긋기는 당의 대부분이 호남계 의원으로 채워져 있고, 햇볕정책과 5·18 민주화 운동을 계승한다는 태생적 한계 탓이다.
당의 중도개혁 노선에 대해 이행자 대변인은 통화에서 "중도개혁은 좌나 우, 여와 야의 구도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정당, 대안정당으로 가겠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말하는 중도는 보수와 진보의 중간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가 삼각형의 두 꼭짓점이라면 나머지 꼭짓점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최근 언론에서 '중도보수'로 분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중도개혁 정당으로서 중도통합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쉐손하지 않는 정도에서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중간지대로의 확장을 하겠다는 것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겉포장이 결국 '이합집산'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바른정당 소속 8명의 의원들이 다시 한국당으로 입당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 박 전 대통령 등 친박청산을 명분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에서도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속도를 내고있어 이러한 노선확대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위한 명분쌓기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에 "(한국당의) 혁신과 (바른정당의) 개혁의 차이는 흰색과 백색의 차이"라고 일침했다. 그는 "보수라는 가치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지만 최근의 정계개편으로 그 취지가 옅어졌다"면서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보수는 아니지만 보수와 통합을 하기 위해 자꾸 중도나 개혁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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