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홍준표 대표가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했지만 '친박청산'은 아직 미완료된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자진 탈당 권고를 받은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은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홍 대표와 친박계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그 결말이 오는 12월 있을 원내대표 경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친홍계와 친박계 모두 원내대표 경선에 사람을 내보내 당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도 상당한 권한 및 위치를 갖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 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 책임한다. 현재 친박계 쪽에 가까운 정우택 원내대표가 서·최 의원 출당과 관련해서도 의총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홍 대표도 자기편 원내대표를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친박계 또한 자신들 쪽에서 원내대표를 세우면 홍 대표에게 맞서는 것이 훨씬 용이해지는 이유다.
우선 상황적으로는 홍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출당 등으로 인해 친박계는 영향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반면 홍 대표는 당권을 쥐고 있는 데다가 얼마 전 한국당으로 복당한 김무성 의원과도 힘을 합칠 것으로 보여 세력 면에서 앞선다. 지난 9일 8명과 함께 한국당으로 돌아온 김 의원 역시 한국당 내 세력이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만 놓고 봤을 땐 세력에서부터 친박계가 홍 대표에 밀리고 있는 구도다.
친박계가 김 의원 등 8명의 복당에 강하게 반발한 것 또한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는 홍 대표가 복당파에 대해 최고위원회 등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하며 오는 13일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이 또한 홍 대표는 반발했으나 정 원내대표가 의총을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복당한 국회의원 9명(아직 복당하지 않은 주호영 원내대표 포함)과 50여 명 지구당 위원장, 130여 명의 기초, 광역의원은 지난 금요일 아침 재입당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 만장일치로 복당이 결정됐고 최고위원 과반인 5명의 참석과 찬성을 거쳐 당헌당규에 따라 합법적으로 결정된 것인데 절차 운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의총이 정상적으로 열려도 복당 번복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친박계의 반발이 있겠지만 이미 진행된 일에 대해 돌이키기는 쉽지 않다"라며 "친박계의 강한 문제제기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당내에서는 주요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각 계파별로 치열한 물밑 신경전에 들어간 모습이다. 현재 5선의 이주영 의원, 4선의 나경원·유기준·홍문종 의원, 3선의 김성태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중 홍 대표는 김성태 의원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의원은 서울 강서을이 지역구로 이곳에서 내리 3선에 당선됐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 위원장을 맡으며 대중으로부터 인지도가 높고 최근에는 당내에서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활동이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바른정당에 다녀온 김 의원은 김무성계로 분류된다. 홍 대표 쪽과 김무성계 의원들의 지지가 쏠린다면 김 의원이 매우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내에서 전면으로 나서지 않아도 친박계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현재 상황만 놓고 판세를 예측하기엔 무리가 있다. 친박계에서는 유기준 의원, 홍문종 의원 등을 내세워 김성태 의원 등 홍준표·김무성계 후보들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에 "아무래도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세력 싸움에 승패가 확실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홍 대표가 친박청산을 강력하게 외치는 등 친박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친박계가 '이판사판' 목숨을 걸고 원내대표직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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