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돌고 돌아 결국 '불통 안철수' 였다. 당내 의원들이 극구 만류했던 전당대회 출마부터 이번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논의까지, 당 안팎에선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 안 대표의 소통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안 대표와 소통하는 일부 '비선'들의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안 대표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달부터 활발하게 당내 의원들과 만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당 의원들 30여 명과 오찬을 진행한 데 이어 9일에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초선의원 15여명과 식사를 했다. 그러나 전날 모임엔 3선인 유성엽 의원이, 이날에는 초선인 이상돈 의원이 불참했다. 이들은 최근 안 대표의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대 추진 등에 대해 반발하는 등 안 대표와 각을 세웠다. '보여주기식 소통행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초선인 박주현 의원은 전날 오찬에 대해 "매주 의원들끼리 모이는 자리인데 갑자기 들이닥쳐 사진을 찍고 기자들에게 돌리며 언론플레이를 한다"면서 "'안빠'(안 대표 열성 지지자)들은 20여 명과 오찬을 했으니 쪼개지면 안 대표 측이 20여 명이라 얘기하고 있다"고 동료의원 등과의 채팅방에 비판글을 남겼다.
이날 초선 의원 오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더팩트>에 "안 대표가 와서 먼저 (어제 해프닝에 대해) 해명을 하더라"며 "중진의원들과 오해가 생겼다면서 다음주 의원총회를 열고 얘기를 나누면 그간 쌓였던 오해도 먼저 풀릴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시간, 당의 산파 역할을 했던 권노갑·정대철 고문 등 동교동계도 여의도에서 오찬을 갖고 최근 당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논의했다. 고문단의 대변인격인 이훈평 전 의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당 안팎 문제에 대해 "안 대표가 누구와 소통하면서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며 "소통안 됨, 안 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문제의식"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안 대표의 문제가 극소수의 측근 인사들하고만 소통하고 정치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만나 "주변 말을 하나도 안 듣는다. 원외 인사 몇 명의 말만 듣고 이것저것 판단한다"며 "정치적으로 '초짜'인 이들의 말을 듣고 움직이니 정무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부 원외인사와 가깝게 다니는 분들은 있다. (이 분들은) 대선캠프 때 함께해 온 분들"이라며 "알기론 송기석 의원(비서실장)과 최명길 의원(최고위원), 손금주 의원(수석 대변인)과 가깝게 지내는데 정무적 판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비선' 의혹에는 그동안 함께 정치적 길을 걸었던 '정치적 동지'들이 모두 등을 돌렸던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정계에 입문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의 곁을 지켰던 정치적 동료들은 모두 등을 돌렸다. 정치에 입문한 후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창당, 두 번의 총선, 두 번의 당 대표를 경험하면서 정치적 동지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금태섭 민주당 의원과 송호창 의원 등이 그의 옆을 떠났다. 그 결과 남은 이들은 모두 정치적 경륜과 거리가 먼 초선 의원이거나 원외 인사가 전부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이전에는 '정치 9단'으로 불렸던 박지원 전 대표가 안 대표를 지원사격을 했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그러나 안 대표가 당 대표에 극구 출마하자 박 전 대표와의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 실제 이상돈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 (안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고갈됐다고 봐야 한다"며 "안 대표나 주변 측근들의 정치적 판단력이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비선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안 대표가 정무적으로 빵점인 측근의 말을 듣고 조언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라며 "당 고문들이 왜 안 대표에게 소통이 없다고 하겠느냐, 이 말은 곧 '전화하라'(조언을 구하라)는 말인데, 한 번도 찾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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