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김소희 기자] 유남석(60·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가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유 후보자가 받게 될 질의와 여야간 펼쳐질 공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유 후보자는 지난달 24일부터 대법원으로 출근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열중했다.
◆ 野 "文 정부, '우리법연구회' 편애"
청문회에서는 유 후보자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여야간 주요 공방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다. 야당은 앞서 김명수(58·15기)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 상황에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8일 유 후보가 지명되자 사법부를 정치화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우리법연구회는 특정이념 성향의 판사모임으로 국민들에게 사회적 비판을 받고 해체된 사조직"이라며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이 생명이 돼야 할 사법부가 정치·이념화로 오염돼서야 되겠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유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일 뿐 2005년 탈퇴하는 등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 해당 경력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유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를 통해 "우리법연구회는 구성원들의 성향은 제각각이었으며, 어떤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가지고 연구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탈퇴 후에는 모임에 관여하지 않아 현재 활동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 "대체복무 허용" 주장 '왜'?…"청문회서 말씀드리겠다"
유 후보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입장도 언급될 전망이다. 유 후보자는 육군본부 법무감실 법제장교로 복무하던 1985년 '양심상 병역거부에 관한 법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밝힌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헌재에 계류 중인 주요 사건 중 하나로,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최근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판결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논쟁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말 헌재 선고가 예상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문에 미뤄졌다. 유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정식 임명되면 재판부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이 사건은 다시 심리해야 한다.
24일 대법원으로 출근한 유 후보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입장과 이념편향성 논란에 대해 "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이날 제출한 서면을 통해서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일관된 형사처벌에도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양심 및 종교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 사안은 보편적 기본권 보장과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국가안전 보장이란 가치가 충돌함으로써 발생하게 된 중요한 헌법적 문제"라며 "헌법이 추구하는 두 가치를 조화시킬 방법을 진지하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원·헌법재판소가 사들인 유남석 장인의 그림들
한편 지난달 26일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기관이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장인의 그림 19점 이상을 구입했다"고 밝혀 미술품 구매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도 청문회의 또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이 대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무부,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990년 8월 유 후보자의 장인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인 민경갑 화백의 그림을 2점 구입했다. 서울가정법원은 2012년 9월 4000만 원 상당의 민 화백 그림을 샀다. 서울행정법원도 2012년 민 화백의 그림을 4점 샀으며, 유 후보자가 파견을 나간 시기인 1993년 2월에는 헌법재판소도 4200만 원 상당의 민 화백 그림을 구입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무부에는 각각 민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일각에서는 유 후보자의 장인은 유명 한국화가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그림 구매에 유 후보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이와 같은 지적에 "후보자의 신상털기나 망신주기"라며 적극 방어를 검토 중이다.
정 의원은 "22건 이외에도 민 화백의 그림을 사들인 공공기관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사법부가 유 후보자의 장인 그림을 구입하는 과정에 부당한 절차나 청탁이 있었다면 후보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 "헌법에 정통한 판사"…무난히 청문회 통과?
유 후보자는 헌법재판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후보자는 93년 헌재 연구관으로 파견됐다가 94년 서울고법 판사로 복귀했다. 2008년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에도 헌재 수석부장연구관으로 4년간 파견 근무했다.
유 후보자는 헌법을 연구하는 판사들의 모임인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제도 등 헌법 관련 다수의 논문도 저술했다.
유 후보자는 또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4명 중 한 명이다.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은 "온화한 성품과 해박한 지식으로 법원 안팎에서 존경받는 분"이라며 "이념적 색채가 옅고 신망이 두터워 헌재소장으로도 손색없다"고 호평했다.
아울러 유 후보자는 지명 이후 재산 및 병역 문제 등과 관련해 크게 논란이 된 바 없다. 유 후보자는 사법시험 합격 이후 육군 장교로 33개월 복역을 마쳤다. 유 후보자 슬하에는 딸만 둘이다. 지난 3월 발표된 2017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13억1400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에 대한 4분의1 지분 등 모두 8억4000여만 원의 건물 등의 재산이 포함됐다.
유 후보자는 또 전임 박한철 소장과 연수원 동기이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 때처럼 '파격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없다.
유 후보자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후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지냈다.
유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면 헌법재판관으로서 6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헌법재판관 3명은 대통령 몫이기에 헌재 소장처럼 국회 인준을 받을 필요가 없어 임명이 수월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첫 헌법재판관 탄생이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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