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6일 건강기능식품을 허위·과장 광고 판매한 홈쇼핑 회사에게 내린 영업정지는 정당하다는 판결과 음주 교통사고 합의금 대납 등 학부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고등학교 교사에 대한 1심, 경기도 평택시가 주한미군기지 주변 지역의 오염을 정화하는 데 쓴 비용 중 일부를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주목을 끌었다.
○…법원 "백수오·홍삼 과장 광고한 현대홈쇼핑 영업정지 적법"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현대홈쇼핑이 서울 강동구청을 상대로 '영업정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백수오 관련 제품을 광고하면서 △여성호르몬 역할 대신 △갱년기 관련 증상에 기능성 등이 있다며 광고했다.
홍삼 관련 제품을 소개하면서도 '수능이 112일 남았는데 공부했던 것도 깜빡깜빡할 때가 있거든요.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고요'라며 학습능력 및 기억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또 다이어트 제품을 소개한 출연자가 '요즘 정말 다른 거 하는 게 없어요. A제품 밖에'라며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2015년 9월 "현대홈쇼핑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서울 강동구에 행정처분을 요청했고, 강동구는 현대홈쇼핑에 2016년 11월부터 2개월간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대홈쇼핑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백수오 제품과 관련해 "광고에 나온 쇼핑호스트·한의사의 발언을 통해 백수오 등이 여성호르몬을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로 광고했고, 갱년기와 관련해서도 심의 내용을 위반하거나 허위·과장광고했다"며 강동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홍삼 제품에 대해선 "어린이·학생 등 특정 집단에게 기억력 개선 부분을 권하는 내용을 사용할 수 없도록 심의받고도, 학생에게 홍삼 제품이 기억력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하는 게스트가 즉흥적·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현대홈쇼핑이 관리해야 할 영역"이라며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그런 사정만으로 행정제재 부과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면 이를 빌미로 위반행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사고 합의금까지 학부모에게 떠넘긴 교사 징역 5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귀옥)는 학부모에게 음주사고 합의금을 떠넘기는 것은 물론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업무상 횡령)로 기소된 학부모회 회장 겸 총무 B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등학교 운동부 감독인 A씨는 음주 교통사고 합의근 1500만 원을 B씨에게 내달라고 하는 등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모두 25차례에 걸쳐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13년부터 1년간 학부모회 회원과 국가대표 선발전 등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학부모들로부터 매달 각각 7만 원, 10만 원씩 거둬 판공비 명목으로 A씨에게 25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12년 1월에는 돈이 필요한 A씨에게 1000만 원을 건넸으며, 2014년 2월에는 A씨가 낸 음주 교통사고 합의금 1500만 원을 대신 내줬다.
재판부는 "B씨가 아들의 대학 진학 결과에 불만을 품고 교사의 비리를 문제 삼을 듯한 태도를 보이자 A씨가 2015년 1월과 4월에 돈을 반환했다"며 "이는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원 "국가는 평택 미군기지 정화비용 일부 내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6일 경기 평택시가 국가를 상대로 "미군기지 정화비용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평택시에 8억7000여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평택시 내 캠프 험프리스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환경기초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주변 지역에서 기준 초과치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와 아연이 검출됐다. 2014년 6월∼12월까지 오산에어베이스(공군기지)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기초조사에서도 기준치 초과의 TPH와 니켈이 검출됐다.
평택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두 기지 주변 지역의 토양오염 정화사업에 들어갔고, 그 비용으로 각각 8억6000여만 원과 2억1000여만 원을 들였다. 평택시는 지난해 12월 "미군기지 주변 지역에 대한 정화 책임이 국가에 있다"며 정화비용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캠프 험프리스 부분에 대한 비용은 전부 국가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관련 민사특별법에 따라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유류와 아연이 주변지역에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산 기지 주변의 토양오염에 대해서는 티켈을 제외한 유류로 인한 오염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1800여만 원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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