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3일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에 대한 1심 선고, 보좌진 월급을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선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2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주목을 끌었다.
○…'천경자 명예훼손' 前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박강민 판사는 3일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정준모(60)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미술품의 진위 여부는 미술계에서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논란이 곧바로 작가의 사회적 평가를 해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기고문의 전체적인 주장 취지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것이기에 미인도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천 화백에 대한 평가에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천 화백의 유족은 지난해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25년간 위작 논란이 이어졌던 천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수사 과정에 안목 감정은 물론 X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동원 가능한 모든 감정이 총동원됐다.
검찰은 천 화백 유족 측으로부터 사자 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당한 바르토메우 마리 미술관장 등 5명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정 씨에 대해서는 거짓 기고로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군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집유…의원직 상실 위기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3일 보좌진의 급여를 가로채 불법정치자금으로 유용하고 동문으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군현(65, 통영·고성)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분리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추징금 2억6100만 원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이 의원은 19대 의원 시절인 2011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보좌진 급여 중 2억4600만 원을 돌려받아 국회에 등록되지 않은 다른 직원의 급여와 사무소 운영비 등으로 쓴 혐의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의원은 2011년 5월 고등학교 동문인 사업가 허모(64) 씨로부터 1500만 원을 격려금 명목으로 불법 수수했다. 이 밖에도 신고된 예금계좌 외 수입·지출, 회계보고 누락도 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행위로 불법 정치자금 모금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이권과도 연결될 수 있어 정치활동의 사회적 신뢰가 훼손됐다"며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태도가 매우 불량하고 범행을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해 이 의원이 평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날 선고된 양형이 확정되거나 3심까지 뒤집지 못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재판을 마친 뒤 이 의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헌재 '아동음란물 소지하다 징역형' 성범죄자 신상등록 "합헌"
3일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돼 징역형이 확정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국가기관이 수집·관리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날 전모 씨가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42조가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6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전 씨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6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으며,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성범죄를 억제하고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범죄자 정보를 내부적으로 보존·관리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까지 등록하도록 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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