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을 확정했다. 역대 대통령 중 당으로부터 강제 출당을 당한 경우는 이번이 헌정 사상 최초다.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박 전 대통령은 올해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바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 탈당'을 권유했고 홍 대표가 이날 직권으로 이를 확정한 것이다. 본래 당헌당규상 당사자가 탈당 권유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직접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 제명 처분된다.
홍 대표는 "저는 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한국 보수우파 세력들이 이렇게 허물어진 것에 대해 우리 한국당 당원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앞으로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국민 여러분께 굳게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다만 홍 대표는 '정치적 책임'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앞으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7년에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이끌며 한 때는 '선거의 여왕'이라고도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은 20년 만에 당으로부터 출당당하는 결말을 맞게 됐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이 확정되면서 정치권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바른정당 의원 일부가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라 불리는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은 복당의 명분인 박 전 대통령 출당만을 기다려온 바 있다. 이들은 오는 5일 열릴 바른정당 의원총회 직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에 남는 '자강파' 의원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일부 의원들의 이탈로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되는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최근 활발하게 정책연대를 진행하고 있고 통합 논의까지 나왔던 국민의당이 유력하다. 그러나 '보수통합'과 제1당이 목표인 한국당도 계속해서 남은 바른정당에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친박계의 반발로 한국당 내 내홍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처음 꺼냈을 때부터 친박계는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앞서 이날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은 무효"라며 "당내 갈등과 법적인 분쟁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 문제도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앞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윤리위로부터 탈당을 권고받았다. 다만 당헌당규상 현역 의원이 출당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두 사람의 반발도 매우 크다. 서 의원은 출당 권유 직후 홍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홍 대표에게 불리한 증거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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