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법조계는 1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 대한 항소심,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시켜주겠다며 수천만 원을 뜯어낸 기획사 대표에 대한 선고, 회사 동료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한 20대 여성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끌었다.
○…'김용판 재판 위증' 권은희 2심도 무죄 "단순 의견 개진"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1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의 전화상 발언이 객관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철회지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면서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김 전 청장의 일부 발언이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 철회 지시에 해당한다고 주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증언은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한 주관적 평가 또는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위증죄를 구성하는 허위의 진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 의원은 경찰 고위간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수사 축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12월 16일 밤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됐다.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은 김 전 청장을 축소 수사 지시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보수단체가 권 의원을 고발했고,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거짓 증언을 한 혐의(모해위증)로 2015년 8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권 의원의 증언이 일부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허위의 진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회사 동료에 성폭행당했다" 거짓 고소 20대 여성에 실형 선고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회사 남성 동료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고소한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회사 남성 동료 B씨와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고도 B씨가 형사처분을 받도록 할 목적으로 무고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A 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으면서 "회사 동료 B씨가 지난해 3월 초부터 8월 초까지 모텔과 회사 사무실 등지에서 나를 5차례 성폭행하고, 회사 회의실과 차 안에서 2차례 강제추행하고 2차례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그러나 실제로 두 사람은 모텔에서 술을 마시다가 강제성 없이 처음 성관계를 했고 이후 성관계도 두 사람의 합의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판사는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만 허위사실 신고 후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로 일관한 점, 허위사실 신고로 B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B씨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면서 "또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사람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했지만 그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주연 시켜줄게" 수천만 원 뜯어낸 기획사 대표 징역형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심형섭) 방송 출연 로비자금과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배우 지망생 등으로부터 7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A(59)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1500만원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9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B씨에게 "지상파 방송 드라마 주연급으로 출연시켜주겠다"며 PD 등에게 건넬 로비자금과 연기수업 교수비용, 방송연예인협회 가입비용 명목 등으로 총 31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A씨는 투자자 C씨 등 2명에게서 엑스트라 송출업 투자금 명목으로 23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그는 "엑스트라를 방송에 동원하는 송출업을 한다"며 "1000만 원을 투자하면 매달 500만 원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였다.
아울러 A씨는 검찰에 구속된 지인을 둔 D씨에게 접근한 뒤 '내가 서울북부지검의 특수부 검사를 알고 있으니 돈을 주면 지인이 석방되도록 청탁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15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실제 엑스트라 송출업을 하지도 않았으며 B씨를 드라마에 출연시켜줄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생활비와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과거 동일한 수법의 사기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누범기간 중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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