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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물 건너 간 통합론…'리더십 부재' 安, 입지 '흔들'

  • 정치 | 2017-10-26 04:00

호남 중진들의 반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수그러지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월 30일 코바코 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더팩트 DB
호남 중진들의 반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수그러지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월 30일 코바코 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호남 중진들의 반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수그러지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 일각에선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면서 안 대표의 능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갖는 일부 의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통합→'정책·선거연대'로 수위 낮춘 安

결과적으로 보면,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본격 주장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철수한 셈이 됐다. 지난 17일 당 내부의 여론조사를 두고 "더 자신있게 하겠다"고 외친 안 대표는 25일 "(바른정당과) 가치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 가능성과 연대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수위를 낮췄다. 전날(24일) 취재진에게 "통합 얘기까지는 너무 앞서 나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던 주요 원인은 잇따라 지적돼 온 '소통 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도중 회의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통합과 관련 논의를) 공유를 해야지 왜 당의 문제를 갖고 의원들의 정신을 빼느냐"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통합도 좋고 연대도 좋고, 선거연대도 좋으니 뭐든 강한 토론을 통해서 하자"고 안 대표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했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도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국정감사 때 이런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으며, 국감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김광수 의원도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컨센서스가 이뤄진 상황에서 (통합론이) 제기돼야지,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불쑥 제기해놓고는 의견을 떠보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시기도 맞지 않고 올바른 절차가 아니라는 발언들이 나왔다"고 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불을 지폈던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통합론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 대표./이새롬 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불을 지폈던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통합론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 대표./이새롬 기자

◆'호남중진-안철수' 갈등만 수면 위로

더욱이 이번 통합 문제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호남 중진의원들과 안철수 대표와의 갈등만 표출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일부 언론에 박지원 전 대표를 출당시키는 조건으로 통합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안 대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더팩트>와 만나 "그동안 호남계 중진의원들과 안 대표의 갈등은 일상적인 것 아니냐. 이번 통합론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인지, 안 대표는 지난 24일 호남 중진계 의원들과의 만찬을 주재했지만 김동철 원내대표와 조배숙 의원, 이찬열 의원 등 4명만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더팩트>에 "국감이라든지 지역구 행사 때문에 물리적으로 참석이 어려운 데도 만찬을 주재하는 것은 사실상 오지 말라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박 전 대표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소외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통합론에 불씨가 붙었던 지난 주만 해도 '찬성파'로 분류됐던 의원들도 "잘못된 보도"라면서 한 발을 빼고 있다. 전북 익산을 지역구로 둔 조배숙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부 언론에 '통합 찬성'으로 입장이 분류된 데 대해 "잘못된 보도"라고 해명했다. 또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국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일단 봉합'했지만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데 대한 안 대표의 책임론이 강하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국민의당 의원 워크숍 모습./이새롬 기자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국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일단 봉합'했지만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데 대한 안 대표의 책임론이 강하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국민의당 의원 워크숍 모습./이새롬 기자

◆흔들리는 安 리더십…책임론 거세질듯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국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일단 봉합'했지만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데 대한 안 대표의 책임론이 강하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안 대표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하면서 당내 장악력 역시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김동철) 원내대표가 좀 리더십을 세워달라(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은 "멀쩡한 당이 분란에 빠졌는데 그 책임은 무엇보다 안 대표와 그 주변인사에 있다"며 "국감이 끝나면 상당한 의원들이 '안철수 체제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감 후 '안철수 체제 청산 및 비상대책위 전환'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 안 대표 측에 대해서 반대를 분명히 했던 의원들 보면 다들 무게감이 있는 의원들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 측이 '정책·선거연대'후 통합을 밀어 부치면 자연스럽게 반대파와의 결별도 예정된 수순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햇볕정책 등 일부 노선을 둘러싼 통합파와 반대파의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더불어민주당 김원기, 임채정 상임고문의 최근 만남이 주목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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