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감장에선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실패문제가 도마에 올랐으나 기관장들이 국정감사 전 사의표명 등을 하면서 책임을 묻지 못했다. 증인이나 참고인의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면 불출석할 수 있지만 감사를 받아야 하는 피감 기관으로서는 불출석 사례가 이례적이다.
◆피감대상기관 12곳 중 5개 기관 기관장이 불출석
이날 산자위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산업부 산하 12개의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를 펼쳤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를 포함해 한국석유공사·한국광해관리공단·전기안전공사·가스안전공사 등 5개 공기업의 기관장이 국감 전 사의를 표명해 공석인 채였다.
이와 관련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피감대상기관이 12곳인데 가스공사·석유공사 등 5개 기관의 기관장이 공석"이라며 "특히 석유공사 김정래 사장은 국감을 앞두고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찬열 의원도 "국감 전 사표를 내고 도망간 사장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빚을 갚고 나가야 할 사람들이 '야반도주'한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전 사장의 사표는 이날 국감이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 17일 저녁에 수리가 됐다. 김 전 사장은 지난 9월 비위행위 적발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고,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직원과의 갈등도 분출했지만 사장직을 계속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정감사 시작 직전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고, 17일 밤 사표가 수리돼 19일 국감 기관장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공사 산하의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박 전 사장은 또 2015∼2016년 사원 공개 채용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개입, 공정한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다만 김익환 전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등 전기안전공사·가스안전공사의 경우는 기관장의 임기 만료로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장 부재, "책임있는 답변 듣기 어려워"…의원들 '울상'
피감 기관장의 부재는 국감에서 지적되는 사항들에 책임있는 답변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 기관장이 공석인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2008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해외 자원개발사업 17개에 약 12조 2976억 원을 투자했으나 약 2조 5695억 원을 회수해 회수율이 20.9%에 그쳤다. 또 17개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가운데 11개는 현재까지 누적 회수액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기관장이 공석인 한국석유공사도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지난해만 해도 부채비율이 529%에 달했지만, 2014년 105억, 2016년 16억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해외광구사업에 21조 원을 넘게 쏟아 붓고도 10조 원밖에 회수를 못해 부채비율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의원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을 벼르고 있었지만 기관장 공석인 상태에서 지적으로 끝나야 했다. 사장 직무대행 등이 국감장 자리를 채웠지만 의원실 관계자들은 "책임있는 답변을 듣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자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기관장들이 참석하지 못하면 책임있는 답변도 나올 수 없고, 이에 따라 언론에 실리지도 않는다"며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감에서 돋보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내주 초 진행되는 국감에서도 기관장이 공석인 피감기관이 많다는 점이다. 오는 24일 국감이 예정된 한국동서·남동·중부·남부·서부발전 5개 발전사도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다. 이와 관련 산자위의 한 관계자는 "(국감) 일정을 좀 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선임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 사실상 '기관장 공석' 국감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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