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16일 법조계에서는 국가가 수십년 간 점용한 사유지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땅주인에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공무 수행 중인 검찰 공무원에게 상처를 입힌 40대 항소심, 초등학생 여학생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지역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 대법 "일제시대부터 도로 사용했어도 땅주인에 사용료 내야"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일제시대부터 96년간 국가가 도로로 사용한 땅이라도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정부는 사유지 점유에 대한 이득액을 땅주인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 김모씨가 경북 고령군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고령군은 도로로 사용되는 김 씨 땅에 대한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다만 인근에 주거지역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도로를 '주거나지(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주거지)'로 봐 사용료를 산정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2심 판단을 다시 할 것을 결정했다.
김 씨는 2011년 사들인 고령군청 앞 일반 주거지역에 있는 자신의 땅이 특별한 사정 없이 도로로 사용됐다며 2016년 고령군을 상대로 5년간의 사용료를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김 씨의 땅은 일제시대인 1921년부터 도로로 사용됐다.
1심은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기 시작할 무렵 국가 등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원주인이 토지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사정을 알고서 김 씨가 토지를 취득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적법한 취득절차를 밟았거나 당시 소유자의 사용승낙을 받아 토지를 점유했다고 인정할 수 없어 토지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고령군이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사용료는 인근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인 만큼 주거나지 기준으로 산정한 958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검거 피하려 검찰 직원 돌로 내리친 40대 징역 1년 6개월
대구고법 형사1부(박준용 부장판사)는 공무 수행 중인 검찰 공무원에게 상처를 입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을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형 미집행자 신분인 A씨는 지난해 9월 1일 오후 7시 30분께 자신을 추격하는 검찰 공무원 머리를 돌멩이로 한차례 내리치고 손등 부위를 5차례 물어 전치 2주 상처를 입혔다. 그는 검찰 직원이 검거를 위해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달아나는 과정에 이런 범행을 했다.
재판부는 "검찰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하고 자칫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부친이 위독한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검거를 면하려고 범행한 점, 피해자와 합의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초등학생 등·허리 만진 혐의 교사에 집행유예 선고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심현욱)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신체를 만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59)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A 씨는 지난해 3월 2일 오후 학교 분리수거장에서 당시 11살이던 여학생의 등과 허리 부위를 5차례 정도 쓰다듬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A 씨는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피해 학생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학생들이 건강한 성적 관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교사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해 죄책이 좋지 않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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