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새로운 경제 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핵심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는 4차산업 혁명 기술을 동력 삼아 문재인 정부 '네바퀴 성장론'의 한축인 '혁신성장'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네 바퀴란 △일자리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말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새 정부가 꺼낸 '혁신성장'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이전 정부에서 저평가를 받은 경제 정책 프레임과 유사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처럼 정권에 따라 '이름'만 바꾼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는 게 야권 일각의 시선이다.
앞서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혁신성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떠올리게 한다. 알다가도 잘 모르겠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혹평했다. 장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이제야 혁신성장의 개념을 정립하라고 주문을 하고 있다. 어떻게 경제정책의 세 축이라고 하면서 이제야 그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대통령이 주문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실제 전임 정권에서도 임기 내내 '개념의 모호성과 실체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수십조원을 들인 '녹조라테 사업',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정책 목표마저 불분명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역시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무게가 실렸다.
청와대는 이 같은 지적을 인지하며, 실행과정에서 차별화를 내세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정책의 방향에서 혁신성장이 전 정부의 창조경제나 그 전 정부의 녹생성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방안이 전 정부의 정책과는 차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방향은 좋지만 실행과정에서 대기업 중심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거나 국정농단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최근 출범시킨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현 정부 혁신성장의 실행 의지를 보인 것이다. 각 부처별 혁신성장안 마련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새로운 경제정책이 나오면 용어상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며 "새 정부 출범후 소득주도 성장의 실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서 그러한 질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 새정부의 혁신성장의 실체를 파악할 것"이라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분배에 중점을 둔 수요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집중했다.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를 활성화해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다. 반면 혁신성장은 구조개혁이나 규제완화, 신산업 육성, 중소벤처 창업 활성화 등이 핵심인 공급 중심의 성장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혁신성장'이란 개념을 뒤늦게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분배를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새 정부 경제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며 "새 정부는 혁신성장을 통해 질적·양적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성장을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단순히 양적 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양극화나 좋은 일자리 문제 등 사회가 당면한 여러 현상을 성장과 연계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와 '혁신'을 성장의 '양 날개'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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