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13일 법조계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 주민을 살인한 50대 남성에 대한 선고와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가수 길성준 씨에 대한 재판,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아들의 항소심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살해한 50대 남성 징역 20년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다우)는 13일 시끄럽다는 이유로 이웃 주민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50)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지난 5월 29일 오후 6시께 강원 춘천시 교통 다세대추택 1층 거주지에서 술을 마셨다. 만취 상태로 이 씨는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김모(60) 씨의 집에 찾아가 김 씨를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김씨의 아버지(90)에게 상해를 입혔다. 사건 당시 피해자 김 씨 가족은 건물 2층에 마련한 신당에서 수개월 전 숨진 가족을 위한 천도재를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이 씨는 만성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려 심신미약 상태에서 발생한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만성 알코올 의존증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안이 중대해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세번째 음주운전' 가수 길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13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가수 길성준(39·예명 길)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길 씨는 지난 6월 28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중구 남산3호터널까지 약 2km의 거리를 운전했다.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잠든 길 씨를 한 시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길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치를 넘은 0.172%였다.
길 씨는 2004년과 2014년에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 9월 검찰이 징역 8월을 구형한 뒤 길 씨는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조 판사는 "음주운전은 무관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으며 생명과 신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상당히 무거운 범죄"라며 "피고인은 두 차례 전력이 있는데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벌금형 이상으로 처벌받은 바 없고,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을 고려했다"며 "피고인이 사실 자체를 모두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밝혔다.
○…"왜 잔소리 해" 아버지 살해한 30대 항소심서 징역 4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해 특수존속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38)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A 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월 25일 0시 10분께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자택에서 아버지 B(72) 씨에게 전화기 등 살림을 집어 던지고 발로 마구 차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서랍장을 부순 뒤 파편을 4차례 던졌으며 무참히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른쪽 늑골에 골절상을 입은 B 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아버지 B 씨가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게임과 노름을 하지 마라" 등 잔소리를 하며 꾸짖자 홧김에 이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친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구호조치를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초범이고 가족이 선처를 원하고 있는 점, 홧김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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