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검=변동진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댓글 부대 운용)'과 '정부 비판 인사 제압 활동(MB블랙리스트)' 등과 관련된 참고인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이명박(75)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한결 같이 이 전 대통령을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있어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1일 오후 4시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MB정부 시절 국정원 여론조작으로 인한 피해 여부 등을 확인한다.
국정원은 지난달 29일, 이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 교수 등에 대해 제압 활동을 했다'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를 근거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개혁위가 밝힌 당시 국정원의 주요 비판공작 대상에는 이 의원(당시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인천시장)·박지원 국민의당 의원·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포함됐다.
적폐청산 TF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MB 정부 시절 '보수논객'으로 분류됐던 이 의원이 '4대강 사업' 국민소송단 공동대표를 맡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자 그를 퇴출·매장하기 위한 여론조성 심리전을 벌였다.
특히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은 2009년 6월 '우파 위장 좌파교수 이상돈 비판 심리전 전개'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비방 글이나 댓글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또한 자유수호국민연합 등 특정 보수단체를 동원해 '관제데모'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께 이 전 대통령 등을 고소·고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리인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20일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서울시장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으로 통칭되는 시정 방해 활동 혐의로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국정원장, 민병주(59·구속) 전 심리전단장 등 11명을 고소·고발한 바 있다.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원 전 원장은 2011년 11월 박 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고,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한 관제 데모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난 글·댓글 게재 등 온오프라인 공작 활동을 국정원에 지시했다.
검찰은 관제 데모와 관련, 10일 추선희 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을 세 번째 불러 5시간가량 조사했다. 그는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지만, 검찰은 '국정원 수뇌부와 공범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지원을 받은 뒤 추 전 사무총장이 직접 서명한 영수증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조사에서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추 전 사무총장을 직접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2012년 대선 때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을 꾸려 국정원 예산을 주고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국고 손실) 등으로 민 전 단장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19일 구속된 민 전 단장은 48개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에 약 70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이를 총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문화예술계 비방·탄압과 관련 배우 문성근·김규리 씨와 방송인 김미화 씨, 영화 감독 민병훈 씨 등이 고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곧 입장을 표명하겠단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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