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과정에서 찬성·반대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속내 3가지를 고백했다. 당시 박지원 전 대표 등 당의 중진의원을 비롯, 일부 의원들은 안 대표가 표결 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국민의당이 '끌려가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안 대표는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국민의당은 김 대법원장 인준 과정에서 '자율투표'를 방침으로 정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표결 때와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 대법원장 인준 과정에서 안 대표가 찬반 여부를 밝힐 지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다. 당내 영향력이 큰 안 대표의 입장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표심이 결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러한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끝내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 인준이 가결된 후에도 당내 일각에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안 대표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그래서일까. 안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바이버' 메시지를 보내 김 대법원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속내를 실토했다.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자율투표 방침의 일관성 ▲찬반 표명 요구 지속 우려 ▲학연이었다.
세가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번째 '학연'이었다. 사실 김 대법원장과 안 대표는 부산고 동문이다. 부산고 30회 졸업생인 안 대표는 33회인 김 대법원장보다 선배다. 안 대표는 "김 대법원장은 제 고등학교 동문"이라며 "제 경우는 당 대표이기 때문에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 제가 의견을 밝혔다면 이와 연관을 지어 온갖 억측이 난무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 대법원장에 대한 찬성 여부를 밝혔던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또한 부산고 동창임이 밝혀져 '동창이라 찬성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었다.
안 대표는 찬·반을 밝힐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로 자율투표 방침의 일관성을 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자유투표에 맡기고 제 의견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투표 당일 몇 시간을 앞두고 밝히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달간 우리 논리와 상관없이 국민은 우리 당이 몇 가지 중요한 고비에서 마지막 순간에 우왕좌왕한 것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입장을 밝혔으면 몰라도, 마지막에 그렇게 했다면 좌고우면하다 마지막 순간에 또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찬반 표명 요구가 계속될 수 있어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장 후보에 대해 찬반을 밝혔다면,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되는 인사투표에서 매번 찬반을 밝히라고 요구받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굳이 이런 이유들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밝힌 이유는 뭘까.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었고, 개인의 자율투표이기에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분했지만 어쨌든 안 대표가 우리 의원들에게 이런 일이든 저런 일이든 자세하게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이유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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