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김경진 기자] "문재인 패싱을 당하고 있음에도 정작 본인들은 그걸 숨기고 국민들에게도 숨기고 있다."
2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어제(19일)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뉴욕 공항에 도착할 때 미국 측 환영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장면을 봤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그런 대접을 받은 일이 있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도착했을 때, 미국 측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홍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국빈 방문이 아닌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한 방문이어서 미국 측이 의전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홍 대표가 과연 이 사실을 몰라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일까. 일각에선 홍 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의 연장선으로 봤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 제의를 거듭 거절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대립각'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보수 통합과 결집'을 통해 지지율 회복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핵심(보수) 지지층을 모아야 하는 것과 보수 통합이다"면서 "문제는 보수 통합을 위해서는 친박청산을 해야 하지만 그 와중에 핵심 지지층이 떠날 위험도 동반된다"며 입을 열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이러한 상태에서 홍 대표의 선택사항은 친박청산을 통해 보수 통합은 추구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말 좋아하는 지지자를 제외하고 다른 핵심 지지층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 좋아할 일이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우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즉 홍 대표가 보수 통합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에 반대되는 일과 발언을 연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관계가 설령 틀렸다 하더라도 '홍준표 어필'을 통해 자유한국당 핵심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거듭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존재감이 큰 사람과 의견 충돌을 일으켜 자기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석은 과거 홍 대표의 청와대의 여야 대표 회동 거부 의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홍 대표는 "들러리 참석은 하지 않겠다"며 청와대의 여야 대표 회동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홍 대표의 거부 행위가 "일종의 '자기 어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 대표는 원래 튀는 걸 좋아한다. 회동 거부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보수 지지층이 자신을 주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신율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신 교수는 "정치 불문율 중 '강한 사람과 붙는다'가 존재한다. 설령 져도 상관이 없다"면서 "가장 강한 정치인과 붙어 자기 존재를 사람들에게 부각시키는 것이고 홍 대표의 경우에 가장 강한 상대방은 문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청와대 회동 거부에 대해 "청와대와 회동을 하면 핵심 지지층 모으기가 물타기가 돼버린다"며 "그렇기에 자신들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동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핵심지지층을 모으기 위해 정체성을 뚜렷히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amubo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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