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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하인드] 김명수 청문보고서 채택 지연된 3가지 이유는

  • 정치 | 2017-09-21 05:00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4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서 표결에 부치기로 한 21일 바로 전날인 20일 겨우 이뤄졌다. 사진은 여야 청문특위 위원들. /국회=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4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서 표결에 부치기로 한 21일 바로 전날인 20일 겨우 이뤄졌다. 사진은 여야 청문특위 위원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를 오는 21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본회의 표결 전의 선결 조건인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견을 거듭하며 표류하고 있었다. 결국 바로 전날인 20일 보고서 채택이 매우 힘겹게 이뤄졌다. 보고서는 한국당이 불참한 채 채택됐다. 참 어려운 과정이었다. 인준안 표결까지 잠정 합의됐는데, 보고서 채택이 힘겹게 이뤄졌던 이유는 뭘까.

여야는 지난 12~13일까지 양일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이후 여야 인청특위 위원들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시도했으나 결국 이견으로 인해 보고서는 무산됐다. 민주당에서는 ‘적격’ 채택해야한다는 입장을 냈고,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서는 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들어 ‘부적격’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지난 19일 여야 4당 원내대표와 정 의장이 김 후보자 임명안 표결을 오는 21일 열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야가 임명안 표결 날짜에 합의하고 못박았으니 인청특위에서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 됐다.

그러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기대됐던 이날 인청특위에서 회의 전 사전 합의는 무산되고 여야 간의 공방은 계속됐다. 위원들은 거듭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해 안타깝다”라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합의는 먼 얘기처럼 보였다.

한국당, 새로운 방법의 보고서 채택 제안

이날 보고서 채택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당이 새로운 방법의 보고서 채택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당은 인청특위 위원 13명의 적격·부적격 의견을 무기명 방식으로 취합해 그 수를 보고서에 게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청문보고서는 ‘적격’·‘부적격’ 중 하나를 선택해 채택되거나 ‘적격’·‘부적격’ 둘을 병기한다. 특위 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해 그 수를 게재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당연히 민주당은 이 안에 대해 반발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그런 사례가 없고 맞지도 않다”라며 “본회의 표결과 인청특위 표결은 다르다. 인청위원들이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보고서에 담으면 그 자체가 의원들에게 본회의에서의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게 된다”고 따졌다. 전 의원은 “한국당이 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을 근거가 없다보니 이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청문회를 통해 여러 논의를 반복해 왔는데 마지막 전체회의를 하는 지금 이 순간 한국당은 새로운 주장을 할 게 아니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여야는 청문회 당시의 장면들을 여럿 재현하며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켰다. /국회=이새롬 기자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여야는 청문회 당시의 장면들을 여럿 재현하며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켰다. /국회=이새롬 기자

청문회 장면들 ‘재현’

여야는 이날 청문회 때와 비슷하게 다투는 장면들을 여럿 재현하면서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켰다. 먼저는 한국당의 김 후보자 ‘위증’ 지적이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 당시의 김 후보자 발언이 위증 가능성이 있다며 “자료제출만 되면 쉽게 밝혀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 채택이 저도 됐으면 좋겠지만 적격·부적격의 판단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반발하며 “장 의원이 또 위증 얘기를 하니 얘기를 안 할수가 없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장 의원이 지적하신 부분에 대한 자료제출이 저도 됐으면 좋겠지만 다른 분들이 동의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 이채익 한국당 의원 간에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재정 의원은 “여기 있는 한국당 의원들은 처음부터 이미 결정을 해놓고 왔다”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명수 부결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에 이채익 의원은 “방금 이재정 의원의 발언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발끈했다. 이 의원은 “또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개별 의원들의 소신과 청문회 과정에서 느꼈던 대로 하는 것인데 특정한 사람과 특정한 당을 지목하는 이런 발언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거듭 따졌다.

두 장면은 모두 청문회 때 그대로 나왔던 장면들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보고서를 채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이날까지도 청문회 당시의 장면을 재현하며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켰다.

결국 보고서 채택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

결국 보고서는 ‘적격’·‘부적격’을 모두 담은 채 채택됐다. 그러나 한국당은 채택에 불참했다. 자신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채택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오후 4시께 정회된 회의는 당초 5시 속개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1시간 가량 지연돼 6시가 돼서야 속개됐다.

이날 채택된 보고서에서 먼저 적격 의견으로는 "후보자는 약 30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경험해 왔으며 법원행정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법관료화의 하나의 원인인 법원행정처의 잘못된 구조와 관행을 따를 위험이 없고 법원 내부로부터의 법관 독립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했다.

이날 청문 보고서는 결국 '적격' '부적격' 의견이 병기돼 채택됐다./국회=이새롬 기자
이날 청문 보고서는 결국 '적격' '부적격' 의견이 병기돼 채택됐다./국회=이새롬 기자

또 가장 문제시 됐던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연구회 출신 대법원장 후보자라는 점과 관련해선 "해당 연구회는 소속 회원이 수백 명에 이르는 대법원 산하 공식 연구단체로 일부 청문위원의 주장과 같이 특정 연구회 소속이라는 이유, 일부 사안에 대해 진보적인 답변을 했다고 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 또는 코드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오히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인사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대법원의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혀 법원 내외부로부터 법관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의지를 분명해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적격 의견으로는 "김 후보자가 사법행정 경험이 많지 않고 역대 대법원장들과 달리 대법관을 거치지 않았으며 춘천지방법원으로 부임한 이후 1년6개월간 춘천지방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을 해 온 것이 전부"라며 "2000여 명의 법관과 1만4000여 명의 법원직원들을 이끌어 갈 대법원장에게 요구되는 경력과 경륜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사법기관 요직은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변·참여연대·경실련 출신 진보성향 인사들로 채워져 정치편향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고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마저 이러한 정치편향적 법관들의 사적 조직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 출신이면서 사실상 핵심적인 활동을 하는 법관들의 대표격인 후보자는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수 없다"며 "동성혼의 허용여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여부, 군내 동성애의 처벌여부, 전교조 합법화 등 주요현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국민이 후보자의 견해를 자세히 알 수가 없도록 얼버무리는 불명확한 태도로 인해 국민의 보편적 법감정을 대변해야 할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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