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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朴 첫 대면' 정호성, "증언은 거부…朴은 결백" 울먹

  • 정치 | 2017-09-18 16:08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호성 전 청와대 1부속비서관이 18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호성 전 청와대 1부속비서관이 18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48) 전 청와대 1부속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정 전 비서관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재판 내내 증언을 거부하는 대신 울먹이는 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의 결백을 호소했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청와대 문건 47건을 최순실 씨에게 보낸 혐의와 관련한 증인으로 소환됐다.

박 전 대통령은 푸른색 반팔 수의 차림으로 법정을 향해 걸어들어오는 정 전 비서관을 빤히 바라봤다. 정 전 비서관은 증인석에 앉기 전 박 전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허리를 90도 굽혀 인사를 했다.

증인 선서를 요구 받은 정 전 비서관은 이날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의 증인신문에 대해 증언을 일체 거부했다. 경력 사항과 최 씨에게 태블릿PC에서 발견된 문건 등을 보내준 사실이 있는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최 씨의 국정 의견을 들은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입을 떼지 않았다.

유 변호사가 거듭 증언을 거부하는 정 전 비서관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해) 여성, 일반인 시각, 감정적 표현에 한해 최 씨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냐", "대선에서 도움을 받은 최 씨에게 표현상 문제되는 말씀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 문건을 보낸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증언을 거부한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앞서 검찰에서 14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 묻는 '진정성립' 절차에선 "네"라며 짧게 대답했다.

이처럼 '증언 거부'만 반복하던 정 전 비서관은 모든 신문절차가 끝난 뒤, 재판장에게 부탁해 발언권을 얻었다. 그는 약 3분여 간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국가적으로 참 엄청난 일, 저한테도 참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다"면서 "그 중에서도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대통령님에 대해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으시고 사심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뇌물 이런 것에 대해서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가지신 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근 거리에서 모셨던 사람으로서 정말 좀 더 잘 모시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고, 회한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울먹이는 모습에도 의연한 표정을 일관했던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의 눈물을 보고 눈가를 화장지로 훔쳤다. /배정한 기자
정호성 전 비서관이 울먹이는 모습에도 의연한 표정을 일관했던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의 눈물을 보고 눈가를 화장지로 훔쳤다. /배정한 기자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정 전 비서관의 모습에 일부 방청객은 흐느껴 울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발언 도중 수차례 목이 멘 듯 울먹였다. 정 전 비서관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의 얼굴을 의연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건유출에 대해 증언을 하러 나온 것에 대해서는 "오늘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문건 유출 관련해서는 오히려 이 사건이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들여 국정에 임하셨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더 적합하고 이해하기 쉬운 전달 방법이 없나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최순실 씨 의견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무자들에게 맡기면 편한데 대통령께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셨고, 그래서 본인이 직접 잘해보시려고 내용뿐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스스로 수정하셨다"며 "저랑 대통령님이 공모를 해서 최 씨에게 문건을 주었다는 부분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비서관은 마지막으로 재판부를 향해 "재판장님께 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대통령 공모 부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판단하시라고 했던 것"이라며 "정말 사심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이 퇴정한 이후 유 변호사가 의견을 진술하려다가 울먹이며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눈가를 화장지로 훔치기도 했다.

한편 당초 오후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이날 증인 신문은 정 전 비서관이 증언을 거부해 40여 분 만에 끝났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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