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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김명수 "상고허가·법원제 도입" 주장, 법조계 반응은?

  • 정치 | 2017-09-14 04:29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제' 등의 도입을 강조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제' 등의 도입을 강조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상고심 사건의 적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제' 등 도입을 주장해 법조계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측은 현행 3심제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대법관을 증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김 후보자 입장에 찬성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13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고제도와 관련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부작용을 막을 방법을 확인해보는 등 조심스럽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고허가제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도입을 추진하다 실패한 '상고법원' 설치를 재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상고법원제가 도입될 경우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 가운데 단순한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처리하게 된다. /더팩트DB
상고법원제가 도입될 경우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 가운데 단순한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처리하게 된다. /더팩트DB

'상고허가제'란 2심 판결의 상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법원이 허가한 사건에 대해서만 상고심을 여는 제도이다. 또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 가운데 단순한 사건만을 별도로 처리하는 법원이다.

김 후보자가 두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대법원에 적체돼 있는 상고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 13명 대법관 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을 뺀 12명은 3개 소부(4명씩)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1인의 업무량이 폭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대법관 1명당 처리 사건 수는 2014년 2만9379건, 2015년 3만2208건, 지난해 3만317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100건 이상을 처리하는 셈이다.

그러나 상고허가제는 지난 1981년 3월 도입됐다가 1990년 폐지됐다. 헌법 제27조 제1항에 적시돼 있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양 대법원장과 대법원의 숙원이었던 상고법원제는 지난 2014년 12월 국회의원 168명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조계와 일선 판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왼쪽 첫번째)은 상고법원제 개정안에 대해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왼쪽 첫번째)은 상고법원제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규정한 헌법 '제101조 2항'과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는 '제110조 2항'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더팩트DB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2013년 1월까지 헌재소장을 맡았던 이강국(72)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석좌교수는 상고법원제 도입 관련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규정한 헌법 '제101조 2항'과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는 '제110조 2항'에 어긋난다"며 "'특별한 경우 상고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특별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은 결국 '4심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우리나라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급심에서 다툰 내용에 대해 이의가 있으니 상급심에서 바르게 밝혀 달라는 취지에서다.

법조계에선 김 후보자 주장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도 도입에 앞서 3심제 유지와 1심과 2심 등 사실심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대법관 증원이 우선이다'와 '상고허가제 및 상고법원제가 먼저'라는 온도차가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 회장은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영무 기자
김현 대한변호사협 회장은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영무 기자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이날 <더팩트>에 "대법원에 연간 4만여 건의 사건이 적체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면서 "상고허가제가 한 차례 폐지된 바 있지만,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상고법원제를 도입해 국민 모두가 세 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김 후보자의 청문회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더불어 김 회장은 "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1심과 2심 같은 사실심이 강화돼야 한다. 지금처럼 하급심에 100%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 두 제도를 도입하면 국민적 반발이 예상된다"면서도 "대법관 증원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도로를 늘리면 당장은 시원하게 뚫리지만, 곧 자동차가 늘어 정체가 된다.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변 측 관계자는 "상고법원제에 일단 반대하고,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며 "기본적으로 헌법에 3심제를 적시하고 있지 않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하급심을 강화 및 대법관을 증원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며 "국회 개헌특위자문위원회는 보고서에 (대법관) 24명으로 제안했다. 물론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이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고허가제와 관련 "아직 내부 토론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식입장을 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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