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당시 소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노 차관이 징계를 당했을 때 절차상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차관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좌천부터 사임에 이르기까지 경위에 대해 밝혔다. 검찰은 이날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노 차관에 대해 '체육 개혁 의지 부족'과 '품위 유지 문제'로 좌천됐다고 진술한 사실을 언급했다.
모 전 수석의 진술 핵심은 노 차관의 서랍에서 나온 '좋은 바둑판'이 징계의 결정적 계기였다는 것이었다. 노 차관은 당시 좌천에 앞서 불시 감찰을 받은 바 있는데, 이때 바둑판이 발견됐다. 노 차관은 이에 대해 "바둑판을 직접 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며 "제 사무실에서 나왔는데 모른다고 할 수 없어서 한국기원 측에서 저를 만나러 왔다가 못 만나서 놓고 간 것 같다고 확인서를 작성했다. 직접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사무실에서 상품권이 나와서 문제가 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지만, 노 차관은 "전혀 없었다"고 거듭 부인했다.
노 차관은 당시 문체부로부터 소명자료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바둑판 이외에는 소명과 관련해 단 한 단어도 오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문체부는 노 차관에게 징계를 내리면서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절차상 위법한 인사조치인 셈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내부 징계 절차에 대해 "일반적으로 징계 과정에서 징계 요구 내용을 반박하는 '혐의자의 주장서'와 심의 의결할 때 출석해 반박할 수 있는 두 번의 소명 기회가 주어진다"며 "법적 절차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차관의 주장은 지난 6월 13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유진룡 전 장관의 발언과 일치한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로부터 인사조치를 지시 받았지만 노 차관은 부서 다면평가에서 최상의 성적을 받는 사람이었다"며 당시 인사기준으로는 도저히 징계 사유를 만들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노 차관이 울면서 유 전 장관에게 "부처가 곤란해지니 제발 저를 징계하는 모양새를 갖춰달라"고 호소해 유 전 장관은 노 전 국장을 한 달 간 직무 정지시켰다. 이후 노 전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전보 조치됐고, 7월 사표를 던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체부 2차관으로 복귀했다.
노 차관은 이 과정에서 함께 보고서를 작성했던 진 전 과장이 박 전 전무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은 2주 후 불시 감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국무총리실에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감찰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한편 청와대는 2013년 노 차관에게 대한승마협회 감사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 차관은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과 이와 관련된 감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문제를 발견, 박 전 전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불러 노 차관과 진 전 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칭하며 징계하라고 지시했다.
ksh@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