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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국회 밖'으로 나간 한국당…최악의 국회 투쟁은?

  • 정치 | 2017-09-10 04:00
자유한국당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이새롬 기자
자유한국당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자유한국당의 '투쟁'은 9일에도 이어졌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8일째 '국회 일정 보이콧'을 하고 있는 한국당의 투쟁은 갈수록 강도가 커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이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강경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합심해 당원협의회별로 석인원을 동원한 탓에 집회 참석인원은 '코엑스→봉은사역→아셈타워→무역센터 빌딩'까지 가득 채웠다. 한국당은 참석인원이 10만 명가량 된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토를 늘어놨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장기간 보이콧을 하는 게 명분이 없는 만큼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일단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는 방안을 결정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15일 오후 6시 대구에서 2차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기로 하고 그 다음 주에는 부산에서 연이어 3차 장외 투쟁집회는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번 투쟁으로 계파로 갈라섰던 당의 단합력을 높였으며,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선명성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자평했다. 역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점을 노리며 다양한 투쟁을 시도했다. <더팩트>가 역대 단식과 점거, 삭발 등 '투쟁의 정치학'을 살펴봤다.

2011년 12월 여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점거하고 있다. /더팩트DB
2011년 12월 여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점거하고 있다. /더팩트DB

◆ 쇠사슬·해머·절단기 등장…'몸싸움·점거 투쟁'하던 국회

쇠사슬, 해머, 소화기, 절단기, 최루탄.

다수당의 날치기 횡포와 국회의장 직권상정 남용 등을 막기 위해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전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대치할 때마다 수시로 등장했던 물건들이다. 법안 통과를 막느라 점거와 폭력사태가 난무해 '동물국회'로 불렸다.

2004년 3월 1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 때 국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절대적으로 수적 열세였기 때문에 72시간을 버텨 탄핵안 자동폐기를 노리며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 하루 만인 12일 새벽 3시 50분께 기습적으로 본회의장을 점령한 야당에 열린우리당의 철통 수비는 무너졌다. 결국 탄핵안은 가결됐고, 국회의장석엔 각종 서류뭉치와 명패, 물병 등이 날아왔다. 곳곳에서 울음소리와 애국가가 들리기도 했다.

18대 국회는 첫해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여야는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외통위 회의실로 입장한 뒤 문을 걸어 잠그자 민주·민노당 의원과 보좌진 등 당직자 150여 명은 해머를 동원해 문고리를 부쉈다.

또한, 바리케이드를 뚫기 위해 야당 의원들은 전기톱과 소화전 호수까지 동원했고 외통위 회의실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화기를 분사했다. 살수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 보좌진과 국회 경위들이 이를 막기 위해 추가로 투입되면서 충돌은 격해졌고, 국회 승강기 옆 유리창이 박살 나기도 했다.

2009년엔 쇠사슬·소파·경첩이 등장했다. 미디어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에 반대한 야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에 소파와 집기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친 뒤 쇠사슬과 경첩을 이용해 출입문을 봉쇄했다.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선 '의장석 점거'를 위한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2011년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여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결국 강행 처리하자 최루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정현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의사당 당 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촉구와 의회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농성을 했다. /배정한 기자
이정현 의원(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의사당 당 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촉구와 의회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농성을 했다. /배정한 기자

◆ 투쟁의 '고급 단계' 단식…최장기록은 몇 일?

몸싸움이 1차원 적인 투쟁이라면, 단식 농성은 고급 단계에 해당한다. '연좌농성(땅바닥에 앉아서 농성)' '피케팅' '구호외치기' '몸싸움' 보다 단식 투쟁이 힘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한 투쟁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단식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 진정성이 높아지고, 여론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엔 민주화를 위해 정치인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단식이었다. 이는 정치적 유산으로 한국 정치권의 독특한 풍경 가운데 하나가 됐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가택연금에 항의해 민주화 5개 항을 내걸고 23일간 단식했다. 병원에 강제 입원 당한 뒤에도 단식을 이어가는 결기를 보였고 결국 가택연금 해제라는 성과를 거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민주화 투쟁을 위해 두 차례 단식 투쟁을 한 바 있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도 단식 투쟁을 여러 차례 벌였다. 그는 단식 21일째 호흡곤란으로 입원, 수액 등을 통해 영양공급을 받고 다음 날 단식을 재개해 단식농성을 중단해 29일간 단식을 한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 정치인 가운데 단식 최장 기록을 보유한 사람은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현 전 의원은 2007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발하며 27일간 곡기를 끊었다. 그는 물과 소금, 감입차로만 연명하며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당시 현 의원의 체중은 11㎏이나 줄었고 정상이던 혈압수치도 최고 80, 최저 50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그의 진정성과 의지를 인정받게 됐다.

가장 최근 국회에서 단식 투쟁을 벌인 이는 이정현 의원이다. 이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인 2016년. 20대 국회가 개원하자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했고, 이 의원은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준비 없이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 의원은 독소가 올라와 일주일도 안 돼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투쟁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3년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정부의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발하며 국회에서 삭발 및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2013년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정부의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발하며 국회에서 삭발 및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말로 안 되면, 머리를 깎는다'…삭발로 보여주는 '의지'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삭발 투쟁'을 선택하는 의원들도 있다. 다만, 정치인들은 연예인 만큼이나 이미지를 중시하는 만큼 삭발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2013년 김재연 전 의원 등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민주주의 수호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전원 삭발을 감행한 일이다. 당시 김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의원들은 정부로부터 '위헌 정당 해산심판'의 청구는 부당하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장외투쟁, 무기한 단식돌입과 함께 '삭발'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평소 여성스러운 외모였던 김 전 의원이 삭발하자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도 야당 시절 삭발을 감행한 바 있다. 2010년 양승조 민주당 의원,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삭발했다. '세종시 원안사수를 위한 결사 투쟁' 각오를 다진 것이다.

한국당도 삭발 이력을 갖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단 김충환·신상진·이군현 의원은 당의 사학법 재개정 관철 의지를 알리기 위한 극단 처방으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당시 의원들이 종교·사학 단체들의 삭발 행렬에 동참한 것은 처음이라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삭발에 이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53일간 장외투쟁까지 벌이면서, 결국 사학법은 재개정됐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발하며 삭발 단식농성을 벌이는 통합진보당 의원들. /이새롬 기자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발하며 삭발 단식농성을 벌이는 통합진보당 의원들. /이새롬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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