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여야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억울한 옥살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피력한 반면, 야당은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염치도 없냐"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5시 10분께 교도소 정문을 나섰다. 한 전 총리는 지지자들 및 지인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눈 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른 아침에 저를 맞아주시기 위해 의정부까지 와주신 여러분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덕분에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믿고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의 믿음 덕분이었다.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언급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기소 된 뒤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2년간 복역했다.
◆ 與 "억울한 옥살이,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억울한 옥살이에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염원하신 한명숙 전 총리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면서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때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한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면서 "한명숙 전 총리는 1차 곽영욱 재판 실패 후,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기어이 징역 2년이라는 선고로 피눈물 나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 오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한명숙 총리에 대한 2번째 재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일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 역시 전날(22일)에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현재 소수 엘리트주의에 빠진 보신주의 사법부를 깨야 한다"면서 "사관학교 생도처럼 길러지는 엘리트 사법 관료를 깨고 관성을 타파하는 모습을 앞으로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타파, 기수·서열에 따른 사법부 문화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시민 배심원제 확대를 통해 사법부 통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며 사법 적폐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野 "법치주의 흔들어, 사람이라면 염치 있어야"
한 전 총리의 출소와 함께 민주당의 '사법개혁 필요성' 발언이 쏟아지자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한 전 총리가 출소했는데 민주당에서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건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도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염치는 있어야 한다. 전직 총리까지 지낸 인사의 낯뜨거운 모습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앞장서 중형을 외치는 것은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다. 박근혜는 당연하고 한명숙은 억울하다는 식의 논리는 아전인수이자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의 언행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면서 추 대표는 기소와 재판이 잘못됐다고 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진실이 밝혀지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는 잘못이 없는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유죄가 됐다는 거로 읽힌다"면서 "민주당의 말이 사실이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 정말 재판이 잘못됐다면 여당 지도부는 국정조사를 제안하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구악 중의 구악"이라며 강력 비판에 나섰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기들만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판결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시민사회의 덕목"이라면서 "여당 지도부의 퇴행적인 인식을 개탄하며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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