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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 진재수 前문체부 과장 "박근혜 말에 명예퇴직 신청"

  • 정치 | 2017-08-17 14:47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17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17일 법정에서 "대통령의 '이 사람들이 아직도 근무하고 있냐'는 말에 심적 부담을 느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증언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 사람들이 아직도 근무하고 있느냐'고 해 노강태 전 체육국장이 그만둔 것을 들었다. 저도 정년까지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이같이 증언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5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그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경북 상주 승마대회에서 2위에 그친 것과 관련해 2013년 7월 청와대 지시를 받고 대한승마협회의 비리를 조사한 인물이다. 당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재 제2차관)은 해당 조사 함께 참여했다.

진 전 과장과 노 전 국장은 '협회 비리는 없고 승마계 파벌 싸움이 있었다'는 결과를 보고하면서 최순실 씨 측근이자 정 씨의 승마 후견인이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적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진 전 과장과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인사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은 이날 공판에서 '원래 사표내지 않고 버티다가 노 전 국장이 (사표를) 내니 같이 냈다는 법정 증언이 있었다'는 검사 측 질문에 "원래 더 (근무) 하려고 했는데 노 전 국장 명예퇴직 신청을 보고 앞으로 2년 반을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했다.

노 전 국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지난해 6월 초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느냐'고 해 그만뒀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말에 심적 부담을 느껴 명예퇴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진 전 과장 주장이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이자 정유라(사진) 씨의 승마 조력자로 알려졌다. /임세준 기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이자 정유라(사진) 씨의 승마 조력자로 알려졌다. /임세준 기자

그는 또 박 전 전무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 때문에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진 전 과장은 "보고서가 청와대에 보고된 직후 박 전 전무가 전화해 '매우 서운하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냐'고 항의했다"며 "제가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보고한 자료가 어떻게 민간인(박 전 전무)에게 전달됐는지 굉장히 놀랬다. 그리고 그의 말이 협박처럼 느껴졌고 '앞으로 신분상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겠구나'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실제 총리실은 같은 해 8월 노 전 국장 방에서 '바둑판이 나왔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이에 노 전 국장은 "올 때부터 있던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바둑판을 갖고 그러니 기각 막힌다"는 말은 진 전 과장에게 전했다.

더불어 진 전 과장 "아침에 출근하니 (제) 책상 서랍이 열려있었다"며 청와대 감찰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시 이모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청와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느냐. 계속 전화가 온다. 조만간 인사조치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조현재 차관으로부터 '잠시 쉬고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모든 분위기를 알고 있어서 '알았다'고만 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검찰은 18일 박 전 전무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었지만, 그는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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