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최근 여야가 앞다퉈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을 목적으로 먼저 깃발을 든 야3당에 이어 여당도 이달 중 혁신위를 꾸린다. 여야는 '국회 휴지기'를 적극 활용해 당 체질 개선 및 조직 정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일단 각 당 혁신위의 명분은 '혁신'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정치권 일각의 시각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결국 혁신위는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조직'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현 대표 체제 중심의 당 장악과 당세 확장이란 부정적 시선이 짙다. 때문에 '구호성 혁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민주당, 대선 승리에도 이례적 혁신위…공천룰 논란 예고
민주당은 이달 하순께 3선 최재성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당 혁신위를 출범키로 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세의 확장, 당의 체력 확장, 체질 강화를 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혁신위의 목표는 '100년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당원 중심의 정당 시스템 개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혁신위 출범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우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혁신위는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당이 위기에 처했을 시 꾸려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했고, 정당 지지율도 과반 이상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당원'을 강조한 추미애 대표의 발언과 공천룰을 연계한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당헌·당규상 공천 시 권리당원의 50% 이하, 일반유권자의 50% 이상을 반영하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추 대표와 측근들에게 유리하도록 공천룰을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추 대표의 최측근이자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알려진 최 전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 홍준표가 전권 위임한 한국당 류석춘호, 극우편향 '구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9일 류석춘 위원장 등 10명의 외부 인사로 꾸려진 혁신위를 가동했다. '인적·조직·정책' 3대 혁신을 내건 홍준표 대표는 류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류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당을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혁신위는 인적 구성부터 도마에 올랐다. '강경 보수' 인사인 류 위원장의 우편향적 발언이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첫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적 보복" 등 탄핵 재판을 부인했고, 지난 28일 대학생·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일베하세요"라며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참여를 독려했다. 혁신위원들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 선 이력으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한국당 역시 '친박'(친박근혜)계를 몰아내고 친홍'(친홍준표) 체제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위는 지난달 31일 사무처 및 전국 지역구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인력감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혁신위는 2일 신보수주의 가치 실현을 골자로 한 '혁신선언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선 '친박 청산'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언급은 제외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당은 친박계와 비박계 간 내분 조짐도 노출하고 있다. 바른정당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5일 <MBC> 라디오에 나와 "당을 혁신하는 칼을 쥔 류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라든지 혁신위 면면을 보면 당이 개혁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측 끝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고 공개 비판했다.
◆ 국민의당, '1호 혁신안' 절반 성과?…전대로 국면 전환?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후 지난 6월 4일 김태일 영남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당시 국민의당 혁신위는 최고위원 폐지와 유리위원장 직선제 등을 골자로 한 당 지도체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혁신안은 최근 당내 반발에 부딪혀 일부 반영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최고위원을 축소하고, 정책위의장을 당 대표 임명으로 변경된 수정안이 확정됐다. '반쪽짜리 혁신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향후 혁신위는 당 정체성을 비롯해 시·도당 강화, 여성·청년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안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문준용 취업 특혜 제보조작' 파문으로 혁신 동력을 상실한 만큼 '새 인물'로 국면 전환에 나선다.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까지 정동영·천정배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문병호·김한길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이언주, 김성식, 최경환 의원과 정호준 비대위원 박주원 전 의원 등 4~50대 인물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여기에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박지원 전 대표는 1일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지난주에 (안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수 적통' 경쟁 나선 바른정당, 소수 정당 한계 드러내
바른정당은 '혁신위' 성격의 특별위원회인 바른비전위원회를 지난 6일 꾸렸다. 바른비전특위는 당의 새로운 노선을 정립하고 내년 지방선거 필승 전략을 수립하는 위원회다.
하태경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당내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하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바른정당 비전위원회를 출범해 바른정당의 색깔을 확실히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대표 체제의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과 교집합을 노린 대안정당으로서 '중도 외연 확장' 노선을 선택하고, '보수 혁신'을 아젠다로 삼아 자유한국당과 차별성 부각에 나섰다. 이 대표 등 지도부는 이미 지난달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로 대구를 찾아 보수 본류인 TK(대구·경복)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바른정당은 당세 확장에 방점을 뒀다.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인재영입위원장에 신성범 전 의원을 선출한 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조직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은 99곳의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공개 모집한다. 원내가 20석인 바른정당은 이번 조직위원장 공모가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가름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후 벌써 3번째 모집이며, 인재영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 혁신에 실패한다면, 소수 정당으로서 내년 총선 시 '보수 단일화론'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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