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변동진 기자] "도주와 증거인멸에 대해 전혀 생각한 적 없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유롭게 재판받게 해달라."
세관장 인사 개입 및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4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같이 호소하며 '보석 신청'을 요청했다.
고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비롯해 사기, 한국마사회법 위반 등 모두 세 가지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결과 고 씨는 지난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 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례금 명목으로 총 22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또한 투자금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으며, 불법 인터넷 경마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고 씨 측은 보석 신청을 받기 위해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 제보자로서 구속 이후 각종 재판에 출석했다는 점 ▲최순실 재산환수를 위해 주요 사실관계를 증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강조했다.
고 씨 측은 "알선수재와 사기, 마사회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 모두 보석의 제한 사유에 해당되는 중범죄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6월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수사가 면밀하게 진행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주말 저녁에 보낸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 씨를 체포했는데 도망갈 염려가 없다"면서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체포 직전까지 알지 못했고 방어권 행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고 씨가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심리해달라"고 강조했다.
고 씨는 "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배임·횡령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수사를 적극적으로 참여해 (진실을) 알렸다"며 "구속 전까지 검찰에 출두했고, 재판에도 갔다"고 말했다. 이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에 대해 전혀 생각한적 없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유로운 몸으로 재판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고 씨가 최순실 씨 등의 친분을 이용해 인사에 개입한 점과 금품 수수,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하면 보석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고 씨는 대통령의 소위 비선실세(최 씨)와 친분을 이용해 인사에 개입했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게다가 도주 우려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고 씨 측이 주장하는 '위법 수사'에 대해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으로 체포했다. 구속영장 심사와 구속 이후 고 씨의 인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며 "금품을 교부한 사람에게 접촉해 회유하는 등 고 씨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 씨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보석 허가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최 씨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고 씨의 공판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10일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어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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