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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체크] "법인세↑ 경제성장률↓" 박주선 발언은 사실일까…MB 감세에 '답' 있다

  • 정치 | 2017-07-25 04:00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정부·여당의 '슈퍼리치 증세'를 우려하며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정부·여당의 '슈퍼리치 증세'를 우려하며 "법인세 1%포인트를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고 언급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법인세 1%포인트를 올리면 1.23%포인트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연구도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정부·여당의 증세 추진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법인세 인상은 "기업을 위축시키고 경제를 악순환시킬 것"이란 논리를 폈다. 이는 대기업 등 재계와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입장과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178조 원 규모의 재원을 증세 대신 세입확충과 세출절감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정은 20일 열린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5억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재원의 세입확충을 '경기 호조 시 초과세수 증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예견된 수순이었다.

정부·여당은 '슈퍼리치 증세'로 연 3조8000억 원의 세수 증가 효과를 기대한다. 반면 야권은 '표적 증세'는 장기적으론 세수 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 '부메랑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 측의 주장 중 팩트는 뭘까.

FACT 체크 1. 역대 정부 법인세율과 OECD 회원국 중 몇 위?

문재인 정부의 증세안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25%→22%로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의 증세안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25%→22%로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청와대 제공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22%다. 1991년 노태우 정부 34% →김영삼 정부 28%→김대중 정부 27%→노무현 정부 25%로 내린 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22%까지 인하했다. 박근혜 정부는 명목세율은 그대로 둔 채, 대신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방안으로 법인세 증세를 추진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란 비판을 받은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증세안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 25%→22%로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여당은 '조세 저항'에 대비해 초고소득자·초대기업에 한정한 이른바 '슈퍼리치 증세'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일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증세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 당은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OECD 평균 최고법인세율은 2016년 기준 22.7%며,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35개국 중 17위다.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그리스·칠레·아이슬란드·멕시코 등 6개국이다. 2000년대 이후로 일본과 미국·독일 등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이유로 법인세를 낮춰왔다.

FACT 체크 2. 법인세 인상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는?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감세 정책은 대기업의 곳간만 채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6년 10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청계천 복원 11주년을 맞이하여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감세 정책은 대기업의 곳간만 채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6년 10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청계천 복원 11주년을 맞이하여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그렇다면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성장률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까. 박주선 위원장이 언급한 '연구'는 바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한다. 조세재정연구원 역시 이 자료에서 법인세율 인상이 세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증세 반대 쪽은 같은 연구와 논리를 내세운다. 재계 측은 "세금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임금 인상률을 끌어내리거나 투자를 줄이는 등 성장에 저해되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즉, '징벌적 증세'라고 반발한다.

이에 대해 여당은 'MB 정부의 감세' 성적표를 예로 들며 반박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본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세금 감면→투자 확대→일자리 증가의 '낙수효과'를 겨냥했다. 이후 '부자감세 논란' 끝에 22%로 조정했다.

그러나 'MB 감세'는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2년까지 4년간 기업들이 절감한 법인세는 총 26조7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기업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의 전년 대비 증가액은 2009년 72조4000억원에서 2010년 94조4000억원,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3년 연속 큰 폭으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감세로 대기업 곳간을 채워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투자 규모는 직전 4년(2005년~2008년)의 증가분인 33조5000억 원보다 오히려 10조원 이상 감소했고, 고용률은 58~9%대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경제성장률은 취임 후 2년 연속 역대 꼴찌(3~4%)를 기록했다. 물론 이 시기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란 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FACT 체크 3. 세수 4조 증대로, 재원 충당 가능할까

정부·여당은 '슈퍼리치 증세'로 연간 총 3조78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 더팩트DB
정부·여당은 '슈퍼리치 증세'로 연간 총 3조78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 더팩트DB

정부·여당은 '슈퍼리치 증세'로 연간 총 3조78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세목별로 법인세(과표 이윤 2000억 원 초과)세수가 약 2조 7000억 원, 소득세(연 소득 5억 원 초과)가 1조 800억 원 늘어난다. '5개년·178조원 재원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파악한 법인세율 3% 포인트 인상(22→25%) 대상 기업은 116여곳이며, 2015년 사업소득 확정신고자 중 2%포인트 올려 세금을 낼 종합소득 5억 원 초과자(40→42%)는 9만여명으로 전체 인원의 0.4% 수준이다. 이를 적용하면, 논란에 비해 증세 대상 또한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실제 세수 효과를 내려면, 최소 20~30% 계층에 세금 책임을 더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누진적으로' 설계된 세제에선 중산층이 세금을 더 내면 초고소득층은 훨씬 더 내야 하고, 과세 대상 범위를 넓혀야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게 된다는 논리다.

시민사회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23일 "OECD 평균의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서라도 연 100조 원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며 "시민을 믿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논의자리를 만들라"고 제안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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