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초=변동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 이하 대한변협)가 오는 9월 24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박시환(64·사법연수원 12기)·전수안(65·사법연수원 8기)·이인복(62·사법연수원 11기)·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김용덕(61·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 등 5명을 추천했다.
대한변협은 21일 오전 이들 5명을 대법원장으로 추천하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할 확고한 의지가 있고, 법원의 수장으로 풍부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행정능력을 갖춘 청렴·결백한 인물들"이라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진보 성향 판사로 알려진 박시환 전 대법관은 지난 1985년 인천지법 판사로 부임, 2003년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법 파동 때 "기대가 철저히 외면됐다"면서 사표를 던지고 법원을 떠났다가 2005년 대법관으로 돌아왔다.
박 전 대법관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자,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1993년 법관인사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대법원장에게 제출한 바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또한 전 전 대법관은 1978년 서울 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2006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여성 대법관에 임명됐다. 전 전 대법관은 "판결을 내릴 때 엄정한 법 잣대를 적용해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이 공정한 선고를 내린다"는 평가를 법조계에서 받는 인물이다.
전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사장 등 공익활동에 매진하며 인권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페이스북에 박시환 전 대법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며 "이분(박시환 전 대법관)보다 대법원장에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까"라는 글을 남겨 남다른 동료애를 보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법관과 함께 대표적 진보 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이들을 '독수리 5남매'란 별칭으로 부르고 있으며, 김영란(61·11기) 전 대법관과 이홍훈(71·4기)·김지형(59·11기) 등도 5남매에 포함돼 있다.
이인복 전 대법관은 1984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2010년 춘천지방법원 법원장을 지내다 2010년 대법관에 취임했다. 이 전 대법관은 판사 시절인 2009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존엄사 판결' 등에서 소신 있는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평소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판사 6명과 함께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법원 내에서는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로서 지지를 받고 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1985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부임, 지난달 1일 퇴임했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사법권과 법관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춘 소신과 생각을 가져야한다고 밝혀 법조계 이목을 끌었다.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사법권 독립은 유리판과 같아서 깨지거나 흠집나기 십상이며, 지난 역사에서도 사법권 독립을 지켜내는 데 수많은 시련과 난관이 있었다"면서 "사법권 독립과 법관 독립을 굳건히 하려는 논의가 자칫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살펴야 하고, 그렇게 오해될 수 있는 것조차 경계해야 한다. 법관 독립은 판사의 주관적 신념을 가려주는 방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생각과 소신이 객관성과 중립성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남이 없는지, 국민의 이익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거듭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법관은 또한 공판중심주의 확립과 국민참여재판제도, 조정센터 도입 등 새로운 사법 제도 개발에 기여했다. 형사절차에서의 인권보장과 사회복지 수혜 범위 확대, 행정권의 자의적 행사에 대한 적극적 사법통제와 법치행정의 강화를 지향하는 판결을 남겼다.
아울러 김용덕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985년 서울민사지법에서 법관생활을 시작으로 2012년 대법관에 취임했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많은 판결을 내렸으며, 합리적인 업무능력의 소유자로 사법분야와 행정, 파산 등 공법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5명 중 새 대법원장이 임명돼 정치적 이념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편에서 사법부를 개혁함으로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협은 1999년부터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해 오고 있다. 대통령이 대한변협의 건의를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최종영·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은 모두 변협의 추천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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