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이제 양자구도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홍트럼프'란 별칭이 붙은 홍준표(62)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양자구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자구도를 짜겠다"는 전략을 공표했다. 당선 직후 회견에서 "바른정당은 지방선거까지 흡수될 것이며, 좌파진영은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의 주장대로 현 시점에선 대선 국면에서 다자구도(5당 체제)로 재편됐던 정계는 양자구도로 다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당 해체 위기에 놓였고, 바른정당 역시 보수 결집 등 당의 외연 확산을 위한 동력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최근 한국갤럽의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의 독주 속에 바른정당은 지난달 말, 지지율 조사에서 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가 하면 7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도 한국당과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기록하며 '보수 적통' 경쟁을 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사실상 무의미한 5% 미만' 지지율에 그쳤다.
◆ 한국당 vs 바른정당 '보수 적통' 경쟁
홍 대표의 '양자구도' 구상의 핵심은 보수정당 통합이다. 그는 전당대회 선거 기간 내내 당 중심 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를 국정파탄 세력으로 규정하고 '친박 청산'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 회견에서도 "당의 전면에 친박은 서지 못할 것이다"며 '친박 왕따' 전략을 펴 홍준표 체제 이후 친박계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홍 대표는 최근 당 지지율 하락 원인을 친박 핵심 인사들의 전횡으로 보고,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선 기득권 세력인 '친박 인사'들을 청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인적 청산'은 분당 당시 바른정당이 주장했던 '국정파탄 세력' 배제와 맞아 떨어진다. 이는 곧 양당 간 정체성의 공통 분모를 갖는다는 얘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 흡수 통합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범(凡)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홍 대표는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 등 3대 혁신을 위해 위원장과 위원 모두가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다음 주 초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선출된 이혜훈(53) 대표 체제의 바른정당이 독자세력화에 성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과 교집합을 노린 대안정당으로서 '중도 외연 확장' 노선을 선택하고, '보수 혁신'을 아젠다로 삼아 자유한국당과 차별성 부각에 나섰다.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인재영입위원장에 신성범 전 의원을 선출한 데 이어 6일에는 전략을 담당할 '바른비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개혁의 칼날을 꺼내들었다. 다만 혁신에 실패한다면 소수 정당으로서 내년 총선 시 '보수 단일화론'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대, 여당인 민주당은 과반의 지지를 얻는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둬 올해 연말 정기국회 끝나고 이대로 가다간 보수가 분열되면 전멸이란 위기감으로 양당 통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또 일각에선 '홍준표 체제 단명'을 예견하기도 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홍 대표의 막말과 돌출행동, 극우 정치 성향 등이 임기 2년을 못 채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한 자릿수 당 지지율이 계속 된다면 '홍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선 "홍준표는 위기 돌파 대응에 강한 사람인데다,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 민주당, 국민의당과 '흡수통합'? 국민의당 재창당?
홍 대표의 표현을 빌면 '좌파통합'은 진보 진영인 더불어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을 싹쓸이하며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한 국민의당은 최근 '문준용 조작 사건'으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사건 이후 한 자릿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 대표의 '양자구도' 낙관론에 힘을 싣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전 대표 조작 가담설'을 쏟아내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6일 광주 MBC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의당 조작 사건이 마무리되면 통합이나 연정에 대해 여러 의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힘을 합쳐 민생과 개혁을 같이 이루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 대표의 발언 등을 두고 "유사한 발언이 교묘하게 디자인 된 것이 반복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국민의당 흡수통합을 위한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흡수통합론'을 거부한 국민의당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당 내부 관계자들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조기 전대로 쇄신을 꾀하자는 주장과 함께 상처받은 민심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목소리다.
황태순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의당이 처절하게 민주당을 향해 결사항쟁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문준용 사건'으로 당 지역기반인 호남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황에서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아직 홍준표 체제가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구당' 양자 구도로 갈 것이냐는 데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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