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상식적으로 머리가 안 돌아갑니까? 초등학생 누구나 답변할 수 있는 기초적인 문제를 묻는데…."
야당 의원들이 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에 혀를 내둘렀다. 김 후보자 아들의 희망제작소 특혜 채용 의혹 등에 대한 질의를 당당하게 부정하는 김 후보자의 태도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인사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 제기를 우회적으로 부정하는 태도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가 하면, "그건 학교가 수정할 일" "희망제작소에서 한 일"이라며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박사논문 지도교수가 논문 심사위원장이었던 점에 대해 "법적으로 학교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선수가 심판을 겸임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거냐"며 공정성을 꼬집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네"라고 짧게 답한 뒤 "학교에서 정한 규칙과 절차를 거쳤다. 심사위원장을 정하는 것은 학교가 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거나 수정해야 할 일은 학교 측의 일이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 하 의원은 "후보자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를 묻는 거다. 환경부에서 발주하는 열 가지 용역이나 재정집행사업들을 감독해야 하는데, 지금 장관 후보자의 답변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컨설팅회사의 대표가 심사위원장이 돼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한 셈이다. 기초적인 문제를 묻는데 비상식적으로 답해서 놀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 후보자의 답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의원은 김 후보자 아들의 희망제작소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특히 후보자 아들의 희망제작소 도봉구 지속가능발전 연구보고서 프로젝트 참여일자 및 수행업무, 당시 희망제작소 출근 여부, 연구비 수령 내력 등 관련 활동 자료를 요구한 데 대해 김 후보자가 서면답변서로 "동 프로그램 미참여"라고만 답한 것을 따져 물었다.
신 의원은 "희망제작소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또다른 경력을 창출해서 이뤄진 것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희망제작소가 한 일이다. 저는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른다"면서 "보고서 날짜와 실제로 발간한 날짜를 저는 모른다. 제가 이부분에 대해 별도로 희망제작소에 사실을 파악한 적이 없어서, 그에 대한 답변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서면답변서에 사실 파악을 안 하고 답변한 것인가. 국회 질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답변을 한 것인가"라고 재차 질의한 뒤, 추가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아들의 희망제작소 취업 특혜 관련 의혹에 대해 "제가 페놀 사태를 겪었을 때 당시 10개월이었던 아들은 피해당사자였다"며 "아들에게 페놀을 먹인 것 때문에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시민운동을 할 때마다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해 다른 아이들보다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저는 희망제작소 채용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그렇게 허술하게 채용하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충청남도에 제출한 세 가지 연구용역의 한 챕터가 모두 같은 내용으로 적시돼 있는 점을 꼬집어 "총론적인 부분이라고 하지만 한 챕터가 글자 한 자, 표, 그림 모두 똑같다. 장관이 돼서 이런 용역 발주라도 받아들이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가 "용역을 여러 개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발전 이론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어서 다른 연구할 때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답했고, 임 의원은 "전문성은 걱정이 안 되는데 자신감이 너무 충만해서 문제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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