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특혜취업 관련 '제보 조작'에 대해 이틀째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당 안팎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면돌파'를 택해 고비를 넘었던 것과 대조적 모습이다. 대선에 출마하면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데다가 당내 공식 지위도 없어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단마저 없는 가운데,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7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자택에 칩거 중이며 제보조작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입장 표명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당초 SNS로 입장을 표명하는 방법도 고려했으나, '조작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쏟아지는 '安 책임론'…이상돈 "응당 정치적 책임 져야"
당 안팎에선 당의 재기를 위해 당의 간판격이자 당시 대선주자였던 안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민의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사안으로, 국민의당 존립기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만큼 수습을 하기 위해선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책임'이 절실하다. 또한, 조작물을 건넨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조작사건 혐의자인 이유미 씨가 안철수계로 분류되면서, 당내에선 안 전 대표에게 리더로서 책임을 묻고 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윗선'의 개입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안 전 대표가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안 전 대표가 영입한 이 전 최고위원은 창당 때부터 장기간 안 전 대표의 청년몫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유미 씨 역시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 전 대표와 '교수-제자' 관계로 인연을 맺어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용주 의원과 김인원 부단장 모두 검사출신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어떻게 검사 출신들이 스크린도 못하고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김대업 조작 사건 수준의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 安측, 선긋기…박지원 "安 몰랐을 것…본인이 결정해야"
그러나 일각에선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신중론'을 내세웠다. 이들은 '윗선'으로부터의 조직적으로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선을 그었으며, 안 전 대표는 이유미 씨의 조작 사실을 사전에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 측 당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때 한창 뚜벅이 유세하며 정신이 없을 때다. 이미 발표가 나간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이렇게 하는 게(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는 게)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네거티브를 자제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전 대표가 당시 박지원 전 대표에게도 이 상황에 대해 물었고, 박 전 대표는 '나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행경과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의혹 때 책임을 떠안고 사퇴했는데, 무죄로 밝혀지지 않았나. 검찰 조사 전 이렇다 할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것은 신중하게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이날 CPBC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보고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한테 특별한 보고가 없었다면 후보에게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상식적으로 봐도 책임있는 지도부라면 이런 걸 조작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안 전 대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안 후보가 이유미·이준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저는 모른다. 검찰과 특검에서 철저히 규명되면 된다. 조작에 가담했거나 보고를 받고 묵인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안 전 대표가 아직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전에 조작 여부를 알았다든지, 당의 조직적 은폐 여부만 드러나도 사퇴하겠다"고 당 차원 조작설을 일축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유미 씨도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죽고싶다' '나 때문에 당이 망하게 됐다'는 말을 했다"고 잘라 말했다.
◆ 민주당, "안철수 입장표명하라…특검은 물타기" 총공세
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대표의 책임있는 입장표명을 재차 요구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동시에 검찰은 철두철미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검찰 수사도 촉구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안철수 후보와 당시 책임 있는 사람들은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당은 당원의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조작 혐의자인) 이유미 당원은 평범한 당원이 아니다. 안 전 대표와 사제지간이며 2012년 대선 때도 안 후보 캠프에서 일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기록집을 출간하기도 했다"면서 "이 사건과 관계있는 인물로 의심되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역시 안 전 대표가 1호로 영입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사람 모두 안 전 대표와 매우 가까운 인물일 뿐 아니라 정치적 경험이 많지 않은 30대다. 이런 엄청나고 악질적인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라면서 "'꼬리'가 '몸통'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통'이 '꼬리'를 움직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문준용 씨의 취업특혜 의혹까지 조사하는 '쌍끌이' 특별검사 임명을 제안한 것에 대해선 '고도의 물타기 전략'으로 규정, "조작을 시인한 정당이 '문준용씨 취업과 관련 특검 주장'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물타기 시도'를 하는 것이라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지난 24일 당원 이유미 씨로부터 '김인원 전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지난달 5일 발표한 문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료 증언은 카톡 캡쳐와 음성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이라는 자백을 받고, 전날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강정석 부장검사)는 전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유미 씨를 긴급체포해 소환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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