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일 배우자 조 모 씨의 취업 특혜 논란을 야당이 거듭해 캐묻자, "잘못 처리된 것은 맞으나, 누군가가 개입한다고 인정하라고 한다면 그건 인정 못 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내의 2017년 공립 S고교 영어강사 재임용 과정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송구한 부분에 대해선 미안하다고 말할 시점이다. 단순히 학교 실수라고 하는 건 무리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고교는 교육청에 채용 사실을 보고할 때 조 씨의 토익 점수를 자격 미달이던 900점이 아닌 901점으로 보고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S고교는 2013년뿐 아니라 올해 2월 조 씨를 다시 채용할 때도 900점짜리 토익 성적표를 조 씨로부터 제출받았지만 '기준을 충족했다'고 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김 후보자가 논문 표절이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아들 취업특혜 등에 대해선 빠른 인정 및 사과를 한 데 비해 부인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선 절대 물러서지 않자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 의원은 "해명을 들어보면 공정거래위원장을 하시겠다는 분이 공정하지 않다. 2013년 (토익 901점 이상 조건 미달로) 자격이 없는데 (공립고교 영어강사로)합격됐고, 2017년 똑같이 자격이 안 되는 상황에서 합격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나. 토익점수가 잘못된 것을 고쳤다는 것도 확인됐고 심사의원 3명의 심사를 수정해 합격시켰다는 것까지 나왔는데 왜 인정을 하지 않는거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한숨을 내쉬며 "제 처가 뭔가 잘못된 행위를 적극적으로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제가 그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심려 끼친 건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 "잘못 처리된 점은 맞고 의문을 제기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제 처나 누군가가 개입했다는 걸 인정하라고 한다면 그건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2017년 세 명의 응시자가 있었고, 배우자는 토익 점수를 고쳐 합격했다. 나머지 두 명이 떨어졌다. 심사자들을 검찰에 고발해서 이 문제를 수사하는 데 동의할 용의가 있냐"고 거듭 파고 들었다.
김 후보자는 난감한 듯 입술을 깨물며, 가지고 있던 펜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하…. 잘못됐다는 것과 의심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누군가 배후가 있다는 것을 저보고 인정하라고 하면 제가 어떻게 인정을 하나"라고 맞받아쳤다.
김 후보자는 앞서서도 "제 처는 (채용된 지) 4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으로 당연히 생각하고 퇴직금을 수령했는데 학교 측에서 다시 지원할 것을 요청해서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제 처는 밖에서 '남편이 김상조다'라는 말도 못했다.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사는 저의 아내가 밖에서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자신과 가족이 특혜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문제가 불거진 뒤 아내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두 번째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다"면서 "행정 처리 잘못에 대해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의혹을 적극 차단했다.
한편 야당은 위장전입과 김 후보자에 대해 세금탈루, 논문표절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2차례의 위장전입, 아들 군복무 당시 보직특혜, 배우자 부정취업 및 세금탈루,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의 지적에 조목조목한 '철통 방어'를 한 김 후보자에 대해 '재벌 저격수'다운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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