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 없는 합의는 무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같이 말하며 당선되면 일본과 위안부합의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공약했다. 또한 '소녀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개입하거나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이었던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위안부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아베 총리에게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민간 영역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위안부 합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한 셈이다. 기로에 선 한일 위안부 합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가능한 대안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 또는 재협상, 원천무효 등이 있다. 먼저 위안부 합의 파기 가능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가 담기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고 강조해 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위안부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 견해 차이가 큰 만큼 재협상 보다 일방적인 '합의 파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위안부 합의 파기시 불어닥칠 파장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은 물론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파기도 수용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합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합의 파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경우 한일관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문제와 북핵 등 여타 문제들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일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위안부 합의 파기에 따른 한일관계 경색 국면에서 '투 트랙' 전략이 주요할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특사 신분으로 일본을 찾은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희상 의원은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날 문희상 특사는 30여분간 아베 총리와 면담했다. 북핵 문제 공동 해법 마련 및 한일정상회담 추진 부문에 있어 공감대를 형성한 한일 양국이지만 위안부 합의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문희상 특사는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기 어려운 한국 국민 정서를 전했으며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고노 담화를 비롯한 무라야마·간 나오토 담화,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주요 합의 내용의 이행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문희상 특사의 요구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재작년 합의(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 합의니 착실하게 이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애둘러 말했다.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 내지는 파기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CAT)가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CAT는 12일(현지시간)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2015년 12월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 간 이루저니 합의를 환영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CAT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간 이뤄진 기존 합의가 수정돼야 한다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CAT의 권고는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 여론에 있어 권위와 영향력이 작지 않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 역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때문에 CAT의 권고가 재협상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위안부 합의 관련 선택에 있어 중요한 근거 자료를 얻게 됐다. 앞서 지난해 3월 유엔 여성차별위원회 또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제적 여론에 있어 위안부 합의 개정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셈이다.
위안부 합의의 운명은 한일 양국간 정상의 만남에서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은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별도로 회담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에 있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한일 정상회담에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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