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마포=오경희 기자] "왜 안나와?"
19일 오전 10시 30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계 좌장인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을 만나기로 예정돼 있었다. 문 후보가 모셨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0년, 신군부 세력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정의당과의 '3당 합당'에 반대하며 YS와 정치적 결별을 했던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정치권의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의 이른바 '국민통합을 위한 대화' 장소는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 그러나 예정된 시각에도 문 후보와 김 이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지자들과 취재진은 '한곳'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카페 벽면 '회전문'이었다. 두 사람은 그 뒤에서 인사 겸 회동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5분, 10분쯤 지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선대위 측은 양해를 구했다.
15분 뒤, 회전문이 열렸다. 비공개 대화 분위기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활짝 웃으며 등장한 문 후보는 "좀 색다르게 등장했죠?"라며 분위기를 전환했고, 김 이사장도 미소를 지었다.
문 후보는 김 이사장에 대해 "오늘 4·9혁명 국립 4·19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왔습니다만, 선배님은 4·19 혁명 그때 주역 중의 한분이셨습니다. 그 이후에 6월 항쟁,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민주화가 진전되는 그 고비 고비마다 큰 역할을 해주셨고, 대한민국 민주 공로자시자 대선배십니다"라고 치켜세우며 소개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김 이사장은 "여러분 아시다시피 저는 정치권을 떠나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제가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책임은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며 "저는 우리 정치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를 바꾸려면 87년 체제 이 헌법은 개정돼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해서 그러다보니 특정 정파나 정당 캠프에 관여하지 않도록 개헌운동을 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개헌의 키는 다음 대통령과 정치권에 있다고 생각돼서…. 일단 나라가 위중합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위중한 상태에서 위기를 돌파하려면 국민 대통합이 필요한데 대통령선거가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적임자가 제 판단엔 문재인 후보다라고 이렇게 생각해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게 됐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저는 보수적인, 굳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나눠야 한다면 보수적인 측에 속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양심적 보수, 합리적인 보수, 민주 보수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두 사람이 손을 잡은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질의 응답' 시간에 한 취재진은 "후보님과 민주당에선 신군부 세력의 3당 합당을 비판해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3당 합당을 계기로 YS와 정치적 결별을 했다. '신군부 합당의 주역인 김 이사장을 품는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이지 않나'란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편 가르는 그런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 이분법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면서 대한민국은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열망합니다. 대의에 뜻을 같이하면 누구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에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3당 합당을 헤어졌던 세력이 이제는 정치교체를 뛰어넘어 시대교체를 열어 7공화국도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회전문 뒤 대화에서) 문 후보에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0년 1월 22일 민정당의 노태우 총재,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 공화당의 김종필 총재가 3당 합당에 합의해 노태우 정권이 탄생했고, 이는 우리나라 국민을 지역에 근거한 '2개의 국민' 즉 호남 대 비호남으로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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