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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마크맨' 25시] 종횡무진 '수도권 유세', 취재단 버스는 '갈팡질팡'

  • 정치 | 2017-04-18 11:11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열린 '보수의 새희망' 출정식에 참석해 유세를 하고 있다. /인천=임세준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열린 '보수의 새희망' 출정식에 참석해 유세를 하고 있다. /인천=임세준 기자

'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7일. 3주 레이스의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19대 대선 취재가 '철인 3종'경기를 찜 쪄 먹을 정도로 험난하리란 것을 실감하게 된 하루였다. 취재기자단 버스 안에서는 정치 취재 경력이 풍부한 기자들조차 "오늘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단지 이날 내린 비 때문만은 아니다. 홀딱 젖어버린 옷과 구두 속으로 파고든 물기가 찝찝하긴 했지만, 인천 시민들이 씌워준 우산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했다. 시민들 앞에서 '따뜻한 보수'라고 외치는 유 후보의 말이 이토록 가슴에 사무친 적이 있었나 싶다. 더구나 새벽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우산도 챙긴 터라 마음만은 든든했다.

또, 정운천 의원의 우렁찬 '꼬끼오'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 버금가는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맛깔나는 입담에 몇 차례 실소도 나왔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가운데 유승민 후보 선거운동 차량 앞에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모여있다. /임세준 기자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가운데 유승민 후보 선거운동 차량 앞에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모여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방재센터 방문으로 첫 선거운동을 시작한 유 후보는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겸한 첫 유세를 하며 '역전 레이스'에 돌입했다. 유 후보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에서 출정식을 하게 된 것은 '안보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함께 불굴의 의지와 적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작전을 성공시켜 전세를 단숨에 뒤집고 서울을 수복하고 대한민국을 탈환한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 대역전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각오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단숨에 뒤집기 위한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일정도 인천 방문에 이어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경기도청, 수원 남문시장, 성남 모란시장 등 수도권 일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것으로 짜여졌다.

아무튼 첫 번째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취재단은 경기도 수원 경기도의회로 향했다. 이동하는 중 버스에서 기사 작성하고 잠깐의 짬을 내 쪽잠의 꿀맛도 맛보았다. 그 사이 유 후보는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방문했다고 한다. 취재단은 시간 문제로 이 일정은 건너뛰었다.

이어 도의회에 도착한 유 후보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경선 당시 치열하게 토론을 펼친 남경필 경기지사와 담소를 나눴다. '도와 달라'는 유 후보와 '법의 허용 범위 내'라고 선을 긋는 남 지사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었지만, 서로 얼싸안으며 훈훈하게 끝났다.

그러나 취재진은 경기 및 인천 공약 이후 예정된 수원 지동교 유세 및 남문시장 방문 일정 역시 건너뛰기로 했다. 유 후보와 남 지사의 독대로 ㅊ취재진은 '비공식 브리핑'(백블)을 받기 위해 그 앞에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내용은 별로 없었다. 서로 '고생한다'는 덕담을 한 게 전부였다.

본격적인 '생고생 다큐'가 시작된 것도 이 시점부터다. 취재단 버스가 길을 잘못 들었다. 언덕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다음 성남 유세 및 중앙시장 방문 일정도 놓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전기사는 당 관계자에게 "재촉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언성을 높이지 말자'는 거듭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취재단 버스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차량. /성남=변동진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취재단 버스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차량. /성남=변동진 기자

얼마를 달렸을까. 용인서울고속도로 서분당IC에서 버스는 또 다시 멈춰섰다. 미끄러운 도로 때문인지 두 대의 차량이 길을 막고 서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한 기자는 "정말 가지가지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고, 또 다른 기자도 "오늘 정말 가지가지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선이 1개뿐인 도로를 지나던 중 맞은 편에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운전자끼리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다행히 맞은편 차량이 양해보 금방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성남 중앙시장. 불행 중 다행히 비는 그쳤다. 하지만 좁은 시장 통로에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니 취재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 후보의 날다람쥐 같은 빠른 걸음에 체력도 점차 고갈되기 시작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성남 중앙시장 상인들이 건넨 음식을 먹고 있다. /변동진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성남 중앙시장 상인들이 건넨 음식을 먹고 있다. /변동진 기자

유 후보는 성남 중앙시장 유세에서 "무조건 바꾸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진보 후보들 뽑으면 5년간 후회할 대통령을 선택하게 된다"며 "1번(문재인) 후보는 안보가 너무 불안하다. 사드배치 반대하고, 군복무기간을 12개월로 줄이면 국가 안보는 어떻게 되겠냐. 경제의 기역자도 모른다. 경제는 무능하고, 안보는 불안한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유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 "3번 후보는 며칠 전까지 사드 반대하고, 햇볕정책도 계승하겠다고 하다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말을 바꾸고 있다"며 "이렇게 일관성 없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일갈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토론도 잘하고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데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좀 제발 올려달라는 부탁 같았다.

마지막 행선지인 잠실에 도착했을 때 파김치가 됐다. 더구나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히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제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 또, 취재단 버스에 있을 것이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그냥 '시작'일 뿐이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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