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서울·대전=신진환 기자] 17일 오전 6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로 시장에는 활력이 넘쳤다. 서민들은 숨돌릴 틈조차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물론, 필자도 서민이다.
각자의 일터에서 값진 땀을 흘리는 이들을 바라보며 새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에 지칠 때 시장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익숙한 검은색 카니발 차를 발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첫 일정은 바로 가락시장이다.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첫 일정을 보면 후보의 선거 전략이 보인다. 홍 후보는 '서민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다.
홍 후보의 표정은 밝았다.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두 줄로 늘어선 선거운동원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시장 안으로 힘차게 들어갔다. 싱싱한 해산물들이 가득한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인사와 안부를 건네면서 활어를 들어 보였다. 낯이 익은 풍경이었다.
문제는 좁은 시장 통로에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몰리는 바람에 이동하기가 매우 불편했다. 신발이 밟히는 것은 예삿일이고, 홍 후보 곁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상인들도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한걸음에 달려 나와 홍 후보를 반겨주는 이가 있는 반면 무표정으로 심드렁하게 쳐다보는 상인들도 꽤 많았다. 이는 '양반'이었다. 어림잡아 한 상자에 광어 10마리쯤 들어 있는 상자 세 개를 끌고 자신의 가게로 향하던 상인은 꽉 막힌 길 때문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 씨, 길 좀 비켜요! 바빠 죽겠구먼!"
이어 들른 청과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물건을 실어나르는 이들과 소비자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 "어떻게 지나다니라는 거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당 관계자와 경호원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길을 터줬지만, 과열된 취재 탓에 몸이 부딪히기 일쑤였다.
홍 후보는 대전 역전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전통시장·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동네 주민들이 전통시장에서 지갑을 열어야 경제가 사는 만큼 전통시장을 살리도록 하겠다"며 "서민들이 꿈꾸고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홍 후보는 또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청국장과 두부 등 영세 생계형 업종을 정부가 보호업종으로 관리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 복합쇼핑몰을 월 2회 의무휴일 대상에 포함시키고, 대규모 점포의 골목상권 출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제안했다.
나름 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때도 좌판에서 채소를 팔던 상인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한 여성 상인은 "10분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참았는데 지금 이게 뭐하는 거냐. 비켜달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이들의 생업을 방해한듯했다.
이후 인근에 있는 중앙시장을 찾았다. 높은 천장과 업종별로 나누어진 이곳은 쾌적한 전통시장이었다. 홍 후보는 모자상점과 완구점 등을 들러 상인들과 소통했다. 한 돼지고기 부속부위를 파는 한 상인은 홍 후보를 매우 반겼다. 수육과 잔치국수, 막걸리를 내준 상인은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홍 후보가 해준 사인을 들고 가보로 물려줄 것처럼 한껏 들떴다.
이처럼 보기 좋은 광경만 펼쳐지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나 중앙시장에서도 통로 폭은 한정됐는데, 취재진과 당 관계자들이 몰려 지나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 오토바이나 수레로 짐을 옮기는 상인들이 "비켜달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한 상인은 "우르르 떼로 몰려다니면 장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서민'을 입에 달고 사는 홍 후보로서는 시장을 찾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민주주의가 아무런 고통 없이 꽃피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대가 없이 이뤄지는 것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권 시절 '불통의 터널'을 지나며 참담한 일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 후보들의 서민 목소리 경청을 꼭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인들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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