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구로=윤소희 기자] "2인 1조로 한 명이 워딩치고 나머지 한 명은 우산 들어줍시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8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첫 유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갈 채비를 했다. 마크맨에게는 출근 준비를 할 때 늘 하는 의례가 있다. 바로 시리(Siri,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에게 날씨를 물어보는 일이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휴대폰의 음성인식 서비스는 참 편리하다.
이날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야, 오늘 서울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니 시리는 기계적이면서도 친절한 목소리로 "오늘 날씨는 최고 18도, 오후부터 비가 내릴 예정입니다"라고 답했다. 아침부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집을 나서며 신발장 구석에 있는 접이식 우산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심 후보의 첫 유세 장소는 서울 여의도역 근처다. 7시 45분, 심 후보가 도착하기 전이라 현장 스케치를 하다 올려다본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것 같았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10시 20분 한국노총 간담회 일정을 갈 때까지도 하늘은 비를 머금고만 있었다.
한국노총 간담회 다음 일정은 낮 12시 구로디지털단지 이마트 앞에서 진행된 심 후보의 대선 출정식이었다. 한국노총 건물을 빠져나오자 굵은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고 촉박한 시간에 동료 기자들과 택시를 탔다.
다행히 심 후보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마크맨들은 심 후보의 사진으로 래핑 돼 있는 노란 버스로 다가가 정의당 관계자에게 우비를 받았다. 노란 우비를 입은 마크맨들은 흡사 정의당 당원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트북을 펼칠 장소를 물색하다 '멘붕'에 빠졌다. 보통은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취재 대상의 말을 받아적는데, 쏟아지는 비에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비를 입었지만, 바닥이 한껏 젖어있어 털썩 주저앉기에는 조금 난감했다.
머리를 싸맨 끝에 결론을 냈다. 2인 1조로 한 사람은 워딩(후보가 하는 말)을 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우산을 씌워주는 것. 물론 우산은 사람이 아닌 노트북을 사수하기 위한 도구였다.
타 매체 남자 기자가 가장 먼저 용기 있게 비가 쏟아지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필자는 집을 나서기 전 챙긴 접이식 우산을 꺼냈다. 작은 우산은 노트북을 가리기에 참 적당한 크기였다.
심 후보는 약 15분 동안 연설을 했다. 워딩을 치던 남자 기자의 바지는 물론 전신이 축축해졌고, 우산을 씌워주던 필자 역시 머리는 산발로 변했고 쪼그려 앉아 15분을 버티다 보니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심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마크맨들은 기쁨의 탄성을 내뱉었다. 서로에게 고생했다며 인사를 건네면서 쥐가 난 다리를 풀었다.
심 후보가 떠나고 비는 그쳤다. 어쩐지 하늘이 야속했지만, 마크맨끼리 만든 메신저 대화창에 비를 향한 원망과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이 가득해 위로됐다. 노트북 사수를 위한 꽤 괜찮은 2인 1조 팀플레이였던 것 같다. 대선 현장에서는 참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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