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상암동=서민지 기자] "제가 겁나는 모양이야. 저한텐 질문을 안 해요!"
13일 첫 대통령선거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막말 활약'이 두드러졌다. 유쾌하지만, 때론 당혹스러운 '막말' 퍼레이드를 펼쳐 주목 받았다. 홍 후보의 공격에 각 후보들은 혼비백산했고, 저마다 다른 대처법으로 홍 후보의 공격을 막아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대선후보 첫 토론회'에서 변호사 출신답게 홍 후보에 '말발'로 맞대응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반격 전술'을 사용해 홍 후보의 입을 막았다.
전 새누리당 출신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홍 후보와 '보수의 대결'을 벌이며 '세게' 붙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가세해 홍 후보에게 '정면 공격'을 가했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한 번 돌리고 시작하겠다"는 홍 후보와, 그의 '막말'을 제압하는 각 후보들의 반응을 정리했다.
◆ "내가 왜 주적? 그말 책임져!" 문재인, 따박따박 맞대응
이날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문 후보를 '주적'으로 꼽으며 선제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문 후보는 물러서지 않고 따박따박 맞대응 했다. 문 후보의 단호한 태도에 홍 후보는 때로 말문이 막혔다.
홍 후보는 주도권토론에서 문 후보에게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불 뇌물 수수, 같이 있으면서 몰랐냐. 그 사실을 몰랐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욕하면 안 된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같이 붙어있었으면서 그걸 몰랐다고 하면 면책이 되고, 박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데도)감옥 들어갔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문 후보는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말하는거냐. 전 몰랐다. 그 말 책임지셔야 할 것"이라고 수차례 엄포를 놓았다.
또, 홍 후보는 또 문 후보가 왼쪽 가슴에 달고 있던 세월호 추모 배지를 언급하며 "세월호는 노무현 정부가 유병언의 빚 1150억원을 탕감해줘 살아났다"고 주장하자, 문 후보는 홍 후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말도 책임지라. 노무현 정부가 탕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아니라고 하는데 우긴다"고 딱 잘라 말했다.
문 후보는 홍 후보가 본인을 '주적'이라 칭하자, "뼛속까지 서민, 그건 저와 같은데 왜 제가 주적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홍 후보는 "친북좌파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가 이렇게 위태로운데 당선되고 제일 먼저 김정은을 찾아가겠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적폐니까 청산하겠다고 생각하니까 주적"이라면서 "집권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을 취소하라"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북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는 북한에 가지 않겠냐"고 반문했고, 말문이 막힌 홍 후보는 말을 돌렸다. 홍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추진' 공약에 대해 "좌파정치인들이 반기업 정서 만들어 기업들이 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재공격했다.
문 후보는 "선거 때마다 재벌한테 차떼기로 정치 자금을 받고 국정농단 사건에서 재벌로부터 돈 받는 게 반기업이지 재벌을 건강하게 하는 게 반기업이냐"고 되물었다. 홍 후보는 "노무현도 돈을 받았죠"라고 했지만, 사회자인 김성준 앵커의 제지로 입을 닫아야 했다.
◆ "세탁기에 돌려야" 유승민·심상정 '정조준 공격'
'보수끼리'의 경쟁은 치열했다. 유 후보는 유일하게 홍 후보의 '아픈 부분'을 수차례 건들이며 치고받았으며,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심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안보·경제 문제로 24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법원에 재판받으러 가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홍 후보의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상고를 언급했다. 홍 후보는 "제가 잘못 있다면 대통령 임기 마치고 저도 감옥가겠다. 유 후보는 옛날 이정희 의원을 보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지금 주적은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를 공격하라"고 말했다.
언쟁이 격해지자 김 앵커는 "지금은 정책 검증 시간"이라며 홍 후보를 말렸다. 하지만 사회자의 만류에도 언쟁이 이어져 유 후보는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겠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홍 후보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고, 홍 후보는 "이미 한 번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갈 일이 없다"고 응수했다.
'세탁기 논쟁'에 심 후보도 거들었다. 유 후보 다음 순으로 질문권이 주어진 심 후보는 홍 후보에게 "고장난 세탁기에 넣고 돌린 것 아니냐"고 직격타를 날렸고, 홍 후보는 "아니다. 삼성세탁기다"라고 말했다.
농담 같은 발언에 화가 난 심 후보는 "도지사를 하면서 태반을 피의자로 재판받았으면 경남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면서 사퇴해야하는 것 아니냐. 또 꼼수사퇴를 해서 참정권까지 없애는 건 너무 파렴치하지 않나. 양심이 있어야지. 대통령 하는 분은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정면으로 치고받았다.
홍 후보는 심 후보의 '돌격 발언'에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손으로 입주변을 닦았다. 보다 못해 김 앵커가 제지에 나섰지만 심 후보는 "지금 홍 후보는 정책을 논의할 게 없다. 자격부터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후보는 "청년일자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응징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재벌들이 부정축재한 재산들 환수하고 홍 후보가 국민세금으로 지급한 특수활동비 사모님 생활비 드린거 이런 것들도 알뜰하게 챙겨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자,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될리 없으니 그런 꿈은 안꾸셔도 된다"고 비아냥댔다.
◆ "좌파우파? 나는 상식파" 고개 홱 돌린 안철수
안 후보에게도 홍 후보의 공격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첫 공격엔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 당황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지만, 시간이 지나자 도리어 홍 후보와 같은 방식으로 반격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창원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의 R&D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이냐"고 물었고, '창업'이라는 자신의 주분야인 만큼 깊게 파고들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의 질문이 수차례 이어지자 "글쎄요. 안 후보가 중소기업 운영을 해봤으니까 제가 집권하면 이야기를 잘 듣겠다"면서 더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안 후보는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해했다.
그러나 홍 후보의 두 번째 공격에 대처는 달랐다. 홍 후보가 "지금 보면 민주당은 호남 1중대, 국민의당은 호남 2중대인데, 선거가 끝나면 이미 합당하는 것 아니냐"며 당 정체성을 문제 삼았고, 안 후보는 "제가 반대로 묻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은 150석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법을 통과시켰나? 협치를 했나? 대통령은 협치가 가능한지,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가 또 한번 "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다. 나중에 합당하게 되면 어쩌겠나"라고 되묻자, 안 후보는 "그럴 일 없다"면서 "지난 총선 때 이미 (국민의당의) 돌파력을 보여드렸다"고 딱 잘라말했다.
또한, 본인이 주도권을 가지고 토론할 때 안 후보는 홍 후보를 되려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홍 후보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시겠나, 아니면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되시겠나"라고 물었다.
홍 후보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게 맞다"고 했고, 안 후보는 "그런데 지금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고 계신다"고 말했다. 반격을 당한 홍 후보는 "거꾸로 묻겠다. 안 후보는 우파인가 좌파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나는 상식파"라고 말하며 홍 후보가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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