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일 '당 중심의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경선 경쟁 후보와 지지층을 껴안는 동시에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요인으로 꼽힌 당과 캠프의 분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포석이다. '국민통합 대통령' 구호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쯤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중간에 그만두었지만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과도 함께 하겠다. 의원들도 그동안 어느 캠프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했든, 다 지나간 일이니까 이제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 당 선대위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 저는 의원들이 우리 당 선대위에 빠짐없이 참여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점이자 약점인 '대세론'을 염두에 둔 문 후보 측은 지난 경선 과정에서도 '원팀(One Team)' 전략을 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추미애 당대표에게 상임선대위원장, 시·도당 위원장들에게 각 시·도당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주기를 요청했다. 문 후보는 "과거의 선거 조직은 후보가 준비해온 조직이 주축이 돼서 선거를 치르곤 했다. 이번에는 시·도당 선대위가 근간이 돼서 일반 국민 속에서 지지를 넓혀나가는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일부 극성 지지자의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을 '양념'에 빗대 논란이 인 것을 염두에 둔 듯 "제가 알았든 몰랐든 또 제 책임이든 아니든 제가 이 자리를 빌려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또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추미애 대표는 '당 중심의 통합선대위 구성'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여의도 당사 7~8층을 선거대책위원회 공간으로 넉넉히 비워둔 상태다.
추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우리 사이에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당 중심의 대선 체제로 전환해가면서 차근차근 위로하고 포용하고 화합하는, 콘크리트 같이 굳은 선대위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며 "대선 승리를 당 중심의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도록 의원님 한 분 한 분에게 역할이 주어져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 '통합형 선대위' 구성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선 과정에서 대립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양 캠프 인사들을 끌어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벌써부터 '확장성 한계'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안희정 캠프에 합류했던 비문재인 진영 인사들이 선대위에 합류할지는 의문이다. 문 후보는 5년전에도 '용광로 선대위'를 지향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안 지사나 이 시장은 자치단체장인 만큼 선대위에서 직책을 맡을 수 없지만, 두 사람이 추천한 인사에게 공동 선대위원장 등을 맡기면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와 함께 문 후보의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 야당이 정권 획득에 대비하여 예정해 두는 그림자 내각) 구상'도 관심을 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에 치르는 '5월 9일 장미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전날(3일) 대선후보 수락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섀도캐비닛' 구상을 묻는 질문에 "지금 말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던 사람 가운데서도 훌륭한 분들은 발탁될 것이다. 섀도캐비닛은 마지막 단계까지 사람을 충분히 넓히고 인재풀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당과 협의하고 후보자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대선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고, 이번 대선 국면에서 '매머드급 캠프'를 꾸린 만큼 '외연 확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5·9 장미대선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대선 초반전은 '5자 대결'로 출발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 일단 판세는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범보수 단일화, 비문재인 연대 등이 대선 구도를 재편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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