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이전 대선과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는 대통령 당선 후 두 달간 운용되는 정권 인수위원회가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 확정을 의결하는 즉시 법적으로 새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둘째는대선 후보와 유권자가 소통할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예정에 없던 대선인 만큼 유권자는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도 자신의 정책을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릴 여유가 부족하다. 대선 시일에 맞추다보면 예선인 각 정당 후보경선도 '속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깜깜이 선거의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정치권에선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 내각)'을 공개해 대선전을 치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교육·외교·국방 등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사전에 공개해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 정부에선 어떤 인사들이 어떤 정책을 펼치게 되는 건지를 유권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검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섀도 캐비닛은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선증을 교부 받으면 곧바로 직무수행을 해야 하는 만큼 후보와 정당 간 협의를 거쳐 어떤 내각을 구성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섀도 캐비닛 공개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섀도 캐비닛 공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후보 입장에서 이율배반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측면과 후보 측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없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섀도 캐비닛은 국민들에게 안정감, 비전을 보여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당선 후 자기 역할 등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섀도 캐비닛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캠프를 떠나는 등 캠프가 분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섀도 캐비닛 공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섀도 캐비닛이 후보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후보 캠프나 각 당의 인사 검증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할 경우 섀도 캐비닛 후보의 문제점이 대선후보의 인선 능력 등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섀도 캐비닛이 공개되면 예비 장관 후보가 국정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선과정에서 검증에 걸려 대선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문 전 대표 측도 섀도 캐비닛 공개는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문재인 캠프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지난달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섀도 캐비닛은 대선 전(투표일)까지 생각도 계획도 없다"며 "다만 문 전 대표의 언급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섀도 캐비닛에 대한 청문회 등 국회 인준 과정도 만만찮다. 분열된 민심과 여소야대 정치구도 속에서 야권이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회 인준 과정이 필요 없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제수석·민정수석 등이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황 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출범 직후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한동안 전임 정부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동거 정부'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새 대통령도 한동안 '적과의 동침'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국회 인준 과정이 필요 없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경제수석·민정수석 등 청와대 팀이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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