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1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유엔인권이사회(예전 유엔인권위원회)에 청원(진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씨에 대해 서신교환, 일반 서적의 반입 등 최소한의 인권보호 조치를 허용하지 않았고, 수차례에 걸쳐 이를 시정해달라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유엔인권이사회에 청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기구인 유엔에 청원한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최 씨에 대한 '비(非)변호인 접견·교통 금지' 사건의 법원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인권침해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는 유엔 총회 보조 기관의 하나로, 유엔헌장에 근거한 인권기구이다. 유엔 가입국의 인권침해를 해결해 국제 사회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상설위원회이다. 원래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기능위원회 중의 하나였던 유엔 인권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Human Rights, UNCHR)가 모태였으나, 조직을 개편하는 등 지위를 격상시켜 2006년 6월 새롭게 설립됐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주요 역할은 ▲세계 인권상황 감시 ▲인권침해 사건 조사 등이다.
유엔인권이사회에 따르면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은 누구라도 해당 국가 내에서 해결하기 위한 시도 후 유엔인권이사회에 청원할 수 있다. 청원하는 경우 인권침해를 증명할 공신력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고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유엔인권이사회 내 인권침해 구제 제도에는 개인통보(청원, 진정)와 1503, 특별절차, 긴급행동 등이 있다. 이중 개인통보와 1503 제도는 유엔 기구 내 인권침해에 대한 개인의 진정절차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1503제도는 개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 내의 인권상황을 다룬다. 즉, 최 씨 측의 변호인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청원을 한다면 개인통보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개인통보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①개인통보 절차를 활용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속한 국가가 해당 조약에 가입하고 개인청원절차를 수용한 조약 당사국이어야 한다.
②개인통보는 해당 조약의 구체적인 조항 위반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국내적 구제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③다른 국제적 절차에 의해 심의 중인 사건은 통보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대신한 대리인도 통보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정은 강제력이 없어 인권침해를 한 기관이 고치지 않는다고 해도 법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강제력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최 씨 측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청원하려는 이유는 뭘까. 법조계 한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최순실 측의 청원이 유엔인권이사회로부터 받아들여져, 검찰과 법원이 '권고'를 받는다면 검찰과 법원은 인권침해 기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게다가 검찰과 법원이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최 씨 측은 언론에 이를 발표할 수도 있다. 수사 목적 달성을 위한 조치인 '접견금지'를 역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국내 기관에서는 유엔 인권조항에 보장된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없어 국제기구에 도움을 청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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