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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안희정 대연정 논란 이면, '협치와 견제' 주도권 싸움

  • 정치 | 2017-02-06 11:33

최근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제안'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더팩트DB
최근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제안'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차기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권 주자 간 '전략 싸움'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제안 후폭풍도 개중 하나다. 야권 주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안희정 대연정 논란'은 지난 2일 불거졌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단, "의회의 지도부가 누구든 공통의 국가 과제와 개혁의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연정'은 주로 내각제 국가에서 안정적 집권 다수당이 되기 위해 서로 이념이 다른 보수·진보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안 지사의 제안은 곧 '새누리당과 바른정당과의 연대'로 해석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 등을 명분으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여야 모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이 중도·통합 전략의 확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문재인 전 대표와 차별화하고, 본선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포석이라고 봤다.

그간 '차차기 주자'로 꼽혀온 안희정 지사는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여야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뒤를 쫓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에 힘을 실으며 '페이스메이커' 몫을 해왔던 그였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친노(무현) 적자'로 불리는 두 사람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지난 3일 반대의 뜻을 밝혔다./이새롬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지난 3일 반대의 뜻을 밝혔다./이새롬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지난 3일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견제에 나섰다. 이어 안희정 지사는 "(대연정은) 민주주의 정치-의회정치의 대화와 타협 구조를 정상화시켜서 시대의 개혁과제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문 전 대표 측도 "큰 틀에서 보면 안 도지사의 연정 제안 취지는 좋은 뜻으로 이해한다"고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2위 싸움'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희정 지사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 시장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야권연합정권 및 대연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대연정은 역사와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친일독재부패세력에게 탄핵이 되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시장은 또 "어제(4일) 14차 촛불집회를 다녀왔는데 야당을 보는 민심이 싸늘하더라. 특히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며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서울 종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바른정당은 박근혜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다.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안희정 지사는 같은 날 서울 강북구 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열린 '20·40과 함께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 토크'에서 "저의 대연정 발언이 자꾸 곡해되고 있다"며 "우리가 재벌개혁을 통과시키려 해도 의회에서 안정적 다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법은 통과를 시키지 못한다. 누가 되던 의회와 협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비판하며 촛불 민심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더팩트DB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비판하며 촛불 민심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더팩트DB

연정 대상인 새누리당도 "현행 헌정 체제에선 의미 없는 제안"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법 개정 없는 대연정 제안은 본말이 전도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선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은 '열린 구상'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충청 출신의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연정에) 발끈하며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오히려 협량해 보인다"며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발언을 지지했다.

여러 논란에도 안희정 지사는 현재 대연정 제안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다만 안 지사는 연정 범위에 대해 "협치 수준이 대연정이 될지 소연정이 될지는 당 지도부와 원내 다수파 구성 과정에 맡겨야 한다. 앞으로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했다. 소연정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보수나 진보 정당이 자신들과 성향이 비슷한 소수 정당과 손을 잡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당 측에 '연립 정부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어찌 됐든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안 지사의 경쟁 주자들은 갑작스럽게 지지율을 높여가는 그를 견제할 필요가 생겼고, 보수진영은 그의 부상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형성된 '심판세력 대 청산대상'이란 대선 프레임을 벗어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신흥 강자' 안 지사가 앞으로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정가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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