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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최순실은 朴 대통령의 고장 난 '핸들'

  • 정치 | 2017-01-24 05:00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선을 긋고 있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이 재판에서 사실을 공개하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임영무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선을 긋고 있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이 재판에서 사실을 공개하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임영무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부가티 '베이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포르쉐 '911S', 페라리 '458', 벤틀리,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등은 세계적 명차(名車)이다. 이런 차들을 명차로 꼽는 이유는 단순하다. 디자인, 속도, 가격, 인테리어, 자동차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동차 애호가라면 위 차들을 명차로 꼽는 데 대체로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흔히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최고 속도가 어떻게 되냐'를 먼저 묻는다. 부가티 베이런의 경우 시속 430km로 '어마 무시'한 속도를 자랑한다. 가격도 시쳇말로 '후덜덜'하다. 가지고 싶다고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차들이다.

그런데 명차는 단순히 빠르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명차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 아무리 고급스럽고 빠른 차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명차가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명차에는 그에 걸맞은 '브레이크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는 차량은 절대 명차가 될 수 없다. 멈추지 못하는 차량의 끝은 끔찍한 결과뿐이다.

박근혜 정부 '왕실장' 김기춘(왼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신데렐라' 조윤선(가운데)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 21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됐다. 또,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사실을 재판에서 털어 놓는 등 심경에 변화를 보인다. /배정한 기자, 사지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왕실장' 김기춘(왼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신데렐라' 조윤선(가운데)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난 21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됐다. 또,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사실을 재판에서 털어 놓는 등 심경에 변화를 보인다. /배정한 기자, 사지공동취재단

자동차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와 조력자들의 폭주로 대한민국이 큰 사고를 당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상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사실상 묵인했고, 최 씨는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다.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 것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등 조력자들은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부속품처럼 국정 농단 질주에 사실상 동참했다. 누구도 최 씨의 국정 농단 질주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최 씨의 질주는 결국, 그의 딸 정유라(21)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과 학사관리 부정이라는 돌발 변수에 부닥치면서 급제동이 걸리며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최 씨, 그리고 조력자들은 국정 농단이라는 대형 사고를 치고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그러나 모든 접촉이 흔적을 남기듯 사고현장 곳곳에는 증거들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정 농단 수사에서 수많은 피의자가 구속되는 것도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질주하며 남긴 접촉의 증거들이다.

지난달 31일 '송박영신'(送朴迎新,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을 주제로 열렸던 촛불집회 장면. /임세준 기자
지난달 31일 '송박영신'(送朴迎新,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을 주제로 열렸던 촛불집회 장면. /임세준 기자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다.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이 유일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박 대통령이 밟을 브레이크는 처음부터 불량품이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는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국내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출발했다. 국민은 권위주의, 남성우월주의를 깨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신차'를 탄생시켰다. '명차'는 아니어도 이전에 볼 수 없던 유형의 '신차'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만든 '신차'에 비선 실세라는 불량핸들을 끼웠고, 국정 곳곳에 그럴듯한 인테리어로 조력자들을 채웠다. 또, 창조경제라는 성능을 알 수 없는 엔진을 장착하고 룸미러나 백미러도 보지 않은 채 질주했다. 운전은 혼자서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방어운전을 하는 이유다.

브레이크 없는 '짝퉁 명차'의 질주는 결국, 국정 농단 사고를 불렀다. 좌우를 살피는 원활한 소통이 아니라 사익이라는 앞만 보고 불통으로 질주한 결과이다. 박 대통령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타이밍을 놓쳤고, 불량 타이어는 미끄러져 결국 '펑'하고 터지며 국민의 마음을 들이받고 큰 상처를 냈다. 브레이크 없는 국정 농단 질주는 대형 사고였고, 국민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고를 낸 차량이 무보험 대포 차량인 것 같아 보상받을 길도 막막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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