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39·개명 전 장유진·구속기소)씨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200억 원대 부동산 급매'로 논란을 낳았다. 그런데 주택과 토지를 50억 원대로 낮춰 팔려고 했으나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21일 장시호 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그의 제주도 부동산은 여전히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의혹을 더한다. 중국인들까지 가세해 투자에 열을 올리는 제주도 '금싸라기 땅'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낮은 판매가에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팩트>는 의문점을 풀기 위해 장시호 씨가 체포된 지 한 달 보름여 지난 10~11일 제주도를 직접 찾아 부동산 처리 현황과 그의 흔적을 쫓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제주=오경희·김민지 기자] 장시호 씨가 구속되기 전 한동안 머물던 곳은 바로 제주도였다. 그는 2012년부터 제주도 서귀포시에 거주지를 마련해 사업 등을 하며 지냈고, 게이트 의혹이 불거지자 소유 주택과 토지 등 '200억 원대 부동산'을 50억 원대로 4분의1 수준까지 낮춰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 씨의 행보를 놓고 부동산 현금화를 이용한 '해외 도피설'이 제기됐으나 그는 지난해 11월 18일 검찰에 긴급체포 됐고, 지난해 11월 21일 구속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최근 장 씨가 이모이자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에게 등을 돌린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바로 200억 원대 제주도 부동산 급매 이유와 현재 상황이다.
장시호 씨는 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제주도 땅을 시세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내놓았으며, 현재 '장시호 부동산 처분'은 어떤 상황을 맞이하고 있을까.
◆ 장시호의 제주도 '200억 부동산' 실체
'최순실 일가'의 브레인으로 각종 이권 사업에서 핵심적 임무를 맡은 장시호 씨. 그가 구속되기 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장시호 씨가 제주도 서귀포시 소재 시세 200억 원짜리 6100평 땅을 50억 원에 급매물로 내놨다"면서 "(최씨 일가가) 재산을 정리해 외국 도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고 '긴급체포'를 주장했다.
안 의원의 발언 직후 세간의 시선은 '장시호 200억 원대 부동산'에 쏠렸다. 당시 일부 언론은 장시호 씨가 보유한 땅의 3.3㎡(평)당 거래가격은 140만 원선으로, 장 씨가 소유한 6필지(7187평)의 전체 가격은 100억 원대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주장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실세'로 불린 장시호 씨는 '제주도 부동산 부자'라는 이야기다. '100억 원에서 200억 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장 씨가 '철창 신세'가 된 16일 현재 그의 제주도 부동산 가치는 200억 원에 한참 모자라는 '헐값'까지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취재 결과, 장시호 씨가 보유한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자택과 색달동 토지 등은 시세 '200억 원대 부동산'과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그가 소유한 6필지·2만3719㎡(7187평)는 보존을 위한 '자연녹지지역'과 '보존녹지지역'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장 씨 소유의 토지 6필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다른 제주도 땅 시세에 훨씬 못 미칠 수밖에 없는 '헐값 지역'이다. '비선 실세'의 막강한 힘을 빌려 개발되지 않는 한 향후에도 팔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얘기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의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200억 원대로 알려진 '장시호 제주도 부동산'은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며 실상은 '헐값'인 14억 원대다.
◆ 장시호 고급 빌라와 대규모 토지 '급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0~11일 장시호의 씨의 서귀포시 소재 부동산과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했다. 지난 10월 중순 급매로 내놓은 제주 부동산은 서귀포시 대포동 고급 빌라 (면적 63평·전용면적 44평·145.61㎡) 1층과 색달동 소재 임야와 전(밭) 6필지·2만3719㎡(7187평)로 확인됐다.
부동산 업자 A 씨는 "(장시호 씨의 '해외도피설'이 돌던) 지난해 10월 중순쯤 서울 부동산 업자로부터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소재 토지를 매매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살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장시호 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잠적한 상태였다. '부동산 현금화'를 통한 '해외도피설'이 돈 이유다. 장 씨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선 같은 해 4월부터 이모인 최순실 씨와 어머니 최순득 씨 등 '최순실 일가'들 역시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급하게 매물로 내놓으며 재산 정리에 나선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최순실 씨는 딸인 정유라 씨와 독일에서 체류하며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해 10월 30일 귀국한 뒤 11월 18일 긴급체포됐고 구속됐다.
장시호 씨가 급매로 내놓은 토지 6필지(2만3719㎡·7187평)의 면적은 2010년 기준으로 제주도(1845㎢) 토지 보유 1위였던 중국인 소유 토지 면적 9만5714㎡(2만8953평)와 맞먹는 수준이다. 투자 러시가 이뤄지며 2014년 6월말 기준 중국인들의 제주 소유 토지는 592만2327㎡(179만1503평)로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면적만 놓고 보면 장시호 부동산 역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또한, 등기부등본상 장시호 씨는 2012년 7월 서귀포시 대포동 고급빌라인 S빌라를 4억8000만 원에 구입했다. 서울 부동산 업계에서도 '럭셔리 하우스'로 소개된 이 빌라는 1~4층 구조고, 중문관광단지와 차로 5분 거리 내에 위치해 있으며 바다와 지근거리다.
실제 해당 빌라를 확인해 보니 고풍스러운 외관이 먼저 눈길을 끌었으며, 현지 주민들의 주거지역과 동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빌라 관리인 A 씨는 "(장시호 씨가) 2014년부터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거주했으며, 부모 (최순득·장석칠 부부) 등이 가끔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 '관심 떨어지는' 장시호의 럭셔리 부동산
그렇다면, 면적도 꽤 넓고 외관도 '럭셔리' 한 장시호 제주도 부동산이 왜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것일까. 그 이유는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부동산 관계자 A 씨는 장시호 씨의 고급 빌라가 예전부터 비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별장식' 빌라로 이웃들과 왕래도 거의 없었다"면서 "급매로 내놓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장시호 씨가) 체포 당한 뒤 집주인이 집을 비운 그대로다"고 귀띔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장시호 씨가 거주했던 1층 빌라 외부 유리창은 검정색 선팅 필름이 부착돼 있었으며, 좁은 틈새로 고가의 피아노와 짐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B 씨는 '장시호 빌라'가 투자 가치가 낮다고 짚었다. "시세로는 현재 6~7억 원 정도이지만 말이 고급 빌라지만 뷰(전망)도 별로 안 좋고, 도로 변에 있는 데다 1층이라 프리미엄이 별로 없다"면서 "사건 직후 몇몇 문의자만 있었던 정도고, 지금은 아예 부동산 중개인들도 관심없는 물건이다"고 잘라 말했다.
등기부등본상 장시호 씨가 오빠 장승호(40) 씨와 공동소유한 색달동 토지 6필지는 그의 자택과 차로 10여 분 거리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해당 토지는 색달동 1305번지(임야 1만1963㎡), 1312-2(임야 312㎡), 1314(임야 2667㎡), 1317(전 2724㎡), 1318(임야 2909㎡), 1296번지(임야, 3144㎡) 등 총 6필지·2만3719㎡(7187평)이다.
이 중 4필지는 장시호 씨의 아버지인 장석칠(65) 씨가 1988년~2002년 매입해 2005년 5월 모두 장승호·장시호 씨에게 증여했고, 나머지 1필지는 도로와 인접한 곳으로 장시호 씨가 2010년 4월쯤 추가(임야 312㎡)로 사들였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4년 7월쯤 5필지와 10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머지 1필지(임야, 3144㎡)를 구입했다.
직접 해당 토지들을 찾아가 보니, 모두 한라산을 기준으로 산남지역을 가로지르는 중산간도로변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중문관광단지와 인접해 있으며 인근에서 대규모 관광지 조성사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장 씨의 수백억 원대 부동산 보유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토지 시세가 평당(3.3㎡) 최소 '60~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 역시 '장시호 프리미엄'으로 과대평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장시호 프리미엄'이 사라지자 관심도가 바닥까지 떨어졌고, 토지 가격은 '헐값'으로 매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 장시호, '헐값 가능성' 알고도 투자한 까닭은?
장시호 씨 소유 토지 얘기를 꺼내자, 인근 부동산 관계자 C 씨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C 씨는 "(장시호 씨가 내놓은 6필지는) 자연녹지지역인 데다 수도가 못 들어가고, 중산간도로라 매수하는 사람이 바보다"라면서 "잘 쳐봐야 평당 20만 원대"라고 말했다. C 씨의 얘기대로라면, 산술적으로 '100~200억 원대'로 알려진 6필지의 시세는 '6필지·2만3719㎡(7187평)X20만 원' 해서 최대 14억3000만 원가량이란 뜻이다.
C 씨의 말대로 토지이용계획서 상 장시호 씨 소유의 5필지는 '자연녹지지역'이며, 나머지 1필지는 '보존녹지지역'이다. 이 가운데 가장 면적이 큰 색달동 1305번지 임야 1만1963㎡는 자연녹지지역인 데다 '공장설립제한지역'으로 묶여 있다. 수도법 시행령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 경계 내 수도를 설치할 수 없다. 또한 1296번지(임야, 3144㎡)는 '보존녹지지역'으로 '공익용산지<산지관리법> , 공장설립제한지역(2016-11-28)<수도법>'의 제한을 받는다.
다만, 자연녹지지역은 건폐율 20%·용적률 100% 이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한 범위 내에 개발이 가능하다. 추후 어떠한 개발 호재가 있다면 지가 상승이 가능하다. 이 부분을 믿고 장시호 씨와 아버지 장석칠 씨 등 일가는 '자연녹지지역'이었는데도 해당 토지에 호텔이나 병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종종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D 씨는 "개발 허가가 난다면 알려진 대로 평당 100만 원까지 쳐서 잠재적 투자 가치로 100억 원대까지 가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냐. 장시호가 구입할 때 장시호였으니까 또 모르지…"라면서 "안 그래도 실세가 100억 원대 땅을 50억 원대로 낮춰 내놓았단 얘기에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었지만, 거기서 끝이다. 매수자로 나섰다가 세무조사라도 받을 일 있냐"라고 손사래를 쳤다. 결국 '비선 실세'의 비정상적인 힘을 믿은 장시호 씨가 공격적인 투자를 펼쳤으나, 그가 구속된 후 제주도 부동산은 '헐값'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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